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반찬 가게에선 ‘당분간 시금치 반찬을 중단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내걸었다. 시금치 가격이 한 단에 5000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치솟으면서 반찬을 만들어 팔기엔 재룟값이 더 드는 상황이라서다.

반찬가게 주인 이모 씨(62)는 “김밥에 들어가던 시금치도 빼고 잡채에 들어가던 것도 부추로 대체하는 등 대안 재료를 고민하는 중”이라면서 “당장 시금치나물 대신 비름나물을 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면서 채소·과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잎이 연한 상추, 시금치 등 엽채소와 과일 가격이 치솟아 여름 휴가철은 물론 다음달 추석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100g) 소매가격은 3159원으로 한 달 전(1513원)보다 2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파프리카(200g)는 1186원에서 1931원으로 62.8%, 수박(1개)은 2만1336원에서 3만2925원으로 54.3%, 배추(1포기)는 4828원에서 6937원으로 43.6% 각각 상승했다.

여름휴가철 수요가 많아지는 쌈채소도 가격이 올라 “삼겹살에 상추쌈도 사치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청상추 100g 가격은 한 달 전 1792원에서 2034원으로 13.5% 올랐다. 한 주 전(1635원)에 비해서도 16% 비싸졌다. 깻잎 100g 가격은 2315원에서 2920원으로 26.13% 상승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한모 씨(38)는 “동네 마트에 가보니 시금치 한 단에 9900원이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며 “아이가 시금치 반찬을 좋아해 어쩔 수 없이 사긴 했지만 손이 떨릴 정도”라고 푸념했다.
한 마트의 채소 가격 전단. 사진=SNS 캡처
한 마트의 채소 가격 전단. 사진=SNS 캡처
채소 가격은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상 변수에다 추석 수요 증가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생산자물가도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6으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는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앞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간 계속 상승세를 보이다가 6월에 내림세로 돌아섰었다. 그러다 한 달 만에 다시 올랐다.

특히 농산물(1.5%)과 수산물(2.2%)을 포함한 농림수산물이 전월보다 1.6% 상승하며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상추(171.4%)와 오이(98.8%), 닭고기(3.8%) 등의 오름세가 컸다. 생산자물가는 1개월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식탁 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