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한 신세계 광주점 스파오키즈 매장에 고객들이 긴 대기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이랜드 제공
최근 오픈한 신세계 광주점 스파오키즈 매장에 고객들이 긴 대기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이랜드 제공
직장인 남주영 씨(28)는 최근 진행중인 ‘헬로키티 50주년 특별전’에 방문할 정도로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에 관심이 많다. 산리오 제품 마니아인 남 씨는 “특별전 기념품샵에서 구매한 굿즈로는 부족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에 찾아가 캐릭터 파자마와 티셔츠를 구매했다”면서 “조카에게 생일 선물을 주려고 동일한 디자인의 키즈 제품도 함께 샀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패밀리룩으로 입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리오 대표 캐릭터 헬로키티가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아 산리오 캐릭터를 앞세운 제품들이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들은 산리오 지식재산권(IP) 협업 상품군을 늘리는가 하면 팝업스토어를 여는 형식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와 키덜트족 수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파오에서 출시한 산리오 에디션. 사진=이랜드 제공
스파오에서 출시한 산리오 에디션. 사진=이랜드 제공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키즈는 산리오 캐릭터즈와 협업해 출시한 파자마(잠옷)와 티셔츠 등 의류 상품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배 뛰었다고 밝혔다. 헬로키티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파자마와 S/S(봄/여름) 시즌 산리오 캐릭터즈 파자마 등 일부 상품은 온·오프라인상에서 전량 동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는 귀띔이다.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파자마는 성인·키즈용으로 각각 출시됐다. 회사에 따르면 이 파자마는 출시 하루 만에 온·오프라인에서 완판됐다. 현재 회사가 여러 차례 재입고를 진행한 끝에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20~30대 여성 고객이 해당 상품 매출을 이끌었다. 스파오키즈 관계자는 “성인용이 먼저 품절돼 키즈 사이즈를 구매한 여성 고객들이 많았다. 온라인 리뷰(후기)에도 키즈 사이즈로 구매했다고 올린 고객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입고된 물량이 전량 동난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파자마'. 사진=이랜드 스파오키즈 제공
입고된 물량이 전량 동난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파자마'. 사진=이랜드 스파오키즈 제공
캐릭터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매출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캐릭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산리오 캐릭터는 어린이부터 10~20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전 연령대에서 인기 캐릭터 순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스파오키즈 관계자는 “전 연령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올해 상반기 산리오 상품군 발주액을 전년 대비 5배 늘렸다”고 부연했다.

업계는 산리오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일대에서 문을 연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에 열흘 만에 10만명이 방문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 팝업은 한국 프로축구 K리그와 산리오캐릭터즈와 함께하는 행사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축구 팬에 산리오 팬들까지 합세하며 첫날부터 600여명이 대기하는 등 오픈런 현상을 빚었다. 연일 오픈런이 이어지며 개장 전 대기인원이 누적 5000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 현장. 고객들이 산리오 캐릭터즈 굿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잠실 롯데월드타워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 현장. 고객들이 산리오 캐릭터즈 굿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특히 행사 기간 팝업 한정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19일과 25일 양일간 세븐일레븐 공식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회사가 산리오캐릭터즈 인형 열쇠고리 일부 수량을 예약 판매로 선보였는데 30분 안에 완판됐다. 팝업스토어 전용 상품인 K리그&산리오캐릭터즈 유니폼은 판매 개시 1분이 채 되지 않아 매진됐다. 팝업 오픈 첫날 아침 7시부터 오픈런을 시도했다는 직장인 김모 씨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새벽에 강원도 속초에서 직접 운전해 왔다. 팬심을 담아 60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했다.

업계는 일본에 본사를 둔 산리오가 국내에서 잘 나가며 실적 개선 효과를 크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리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7억4600만엔(약 998억원)으로 전년 동기(59억6400만엔) 대비 80.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89억1100만엔(약 2652억원)으로 42.31% 늘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