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정식 ‘할랄 인증’ 음식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무슬림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할랄 식당 등 관련 식품산업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할랄 인증 식당은 ‘하늘의 별 따기’

21일 한국이슬람교(KMF) 할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은 5곳에 불과하다. 한국할랄인증원 등 다른 기관을 포함해도 국내 할랄 식당은 15곳 남짓으로 추정된다.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공식 할랄인증 식당은 13곳에 불과했다.

할랄은 샤리아 율법상 ‘허락된 것’이라는 뜻으로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말한다. 식당이 인증을 받으려면 사용 재료와 관리 상태 점검, 실무자 교육 등을 한 뒤 샤리아(이슬람 율법) 평가를 거쳐야 하고, 돼지고기와 술 판매는 엄격히 금지된다. 기관에 따라 1년에서 3년 단위로 인증을 갱신하는 구조다.

K컬처의 세계화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은 급증하는 추세다. 2022년 35만9284명에서 작년 76만199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지 수출을 위한 식품 기업의 할랄 인증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정작 할랄 인증을 받는 국내 식당이 드물어 무슬림 관광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무슬림 전문 여행사 히어코리아의 김준형 대표는 “K컬처가 인기를 끌면서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국내 관광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면서도 “서울엔 엄격히 관리되는 할랄 식당이 이태원 한식집과 강남 양고기집 두 곳밖에 없고, 지방에는 없는 수준이어서 동선을 짜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무슬림 여행객에겐 여행의 3락(樂)인 먹기, 즐기기, 구경하기 중 애초에 한 가지가 빠져 있는 셈이다.

인증기준 높고 참여 유인 부족

무슬림 관광객은 할랄 정식 인증이 아닌, ‘할랄 프렌들리(친화)’ 매장에 방문하기도 한다. 정식 인증 없이 자체적으로 ‘할랄 푸드를 판다’고 홍보하거나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자재로 만든 메뉴를 보유한 경우다. 이런 식당도 엄격히 할랄을 따지는 무슬림은 이용하지 않는다.

무슬림 관광객 느는데…"할랄식당 어디 없소?"
이런 이유로 한국 여행 무슬림 가운데는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소피아(25)는 “부모님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증받지 않아도 되는 과일과 채소, 무슬림 빵집에서 산 빵을 들고 다니며 여행했다”고 했다.

국내 식당들은 할랄 인증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말한다. 할랄 공식 인증은 주방장·사장 등이 무슬림이어야 하고 주류와 돼지고기가 식당에서 전혀 없어야 하는데, 내국인 고객까지 상대하는 여건상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슬림 관광객 적극 유치를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는 할랄 인증·할랄 프렌들리 식당을 목록화하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 사업’을 수년간 했지만, 식당들의 참여가 저조해 2022년 사업을 중단했다. 공사 관계자는 “지자체에 할랄 식당 목록화를 맡기고, 비지트 코리아(VISIT KOREA)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가별로 허용된 음식 수준을 파악해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온/정희원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