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고금리의 다른 신흥국 등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가면 당분간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봐서다. 22일 시작되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적 발언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시장은 Fed가 연내에 최소 한 번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 빌려 신흥국에 투자

헤지펀드 '달러캐리' 시동…"브라질 등 신흥국 투자로 머니 무브"
뉴욕 월가에선 Fed의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선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7.5%로 보고 있다.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지난 19일 24%에서 32.5%로 높아졌다. 페드워치는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1%포인트 낮은 연 4.25~4.5%일 확률을 44.5%로 가장 높게 반영하고 있다. 올해 세 차례 FOMC가 남아 있음을 고려할 때 최소 한 번 이상은 빅컷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토니 파스쿼릴로 골드만삭스 헤지펀드담당 헤드는 CNBC 인터뷰에서 “Fed가 1년6개월 동안 2%포인트에 달하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세로 이어지고 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8월 초부터 브라질 헤알화와 튀르키예 리라화를 포함한 신흥시장 통화를 매수하는 데 달러화를 사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로당 달러 환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1.1110달러로 상승(달러 약세)했다.

씨티그룹의 FX 퀀트 투자자 솔루션 글로벌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카시코프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화 매수세가 약세로 돌아섰다”며 “투자자들이 미국의 금리 인하를 전망하면서 위험 선호도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한 달 전 연 4.29%에서 이날 연 3.81%까지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자에게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200억달러의 신흥국 채권을 총괄하는 영국 런던 JP모간체이스의 피에르이브 바로 신흥국 채권 글로벌 책임자는 “신흥국 채권이 올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지수에 따르면 신흥시장 달러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 상승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면 연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채권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리스 부상도 달러 약세 자극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고립주의에 따른 관세 인상과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Fed가 또다시 금리를 올리거나 현재 금리 수준을 예상보다 길게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월가에선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 이 같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작아질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 맥쿼리는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 트레이드 약화로 달러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흐름도 덩달아 약해졌다는 게 맥쿼리의 설명이다.

다만 달러 약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멧칼프 글로벌 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Fed의 통화 완화 속도를 명확히 파악하기 전엔 달러에 대한 투자자 시각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