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들이 독자 개발에 머물지 않고 연구 협업을 통해 임상 속도를 높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공동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물질을 연이어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제약사와 바이오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성공 사례로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성사됐다.

전통 제약사들이 손을 잡고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5월 일동제약그룹 자회사인 아이디언스에 약 250억원을 투자해 표적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HK이노엔과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를, 10월에는 GC녹십자와 면역질환 신약을 공동 연구하는 계약을 맺었다. 박재홍 동아에스티 R&D(연구개발) 총괄사장은 “정형화된 공동 연구 형태에서 벗어나 전통 제약사 간 공동 연구로 각 회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 인수를 과감히 단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동구바이오제약은 큐리언트에 약 1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항암제, 결핵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바이오기업을 인수해 제네릭(복제약) 전문기업에서 신약 개발사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1세대 바이오 벤처인 제넥신도 6월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를 흡수합병하며 표적단백질분해(TPD)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했다.

과거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약사가 바이오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전통 제약사는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바이오 벤처는 수백억원이 드는 임상 비용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통용되면서 협업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뿐 아니라 기업 인수 등 다양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