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초 연금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이를 두고 여야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구조개혁을 전제로 정부안이 나오는 즉시 논의할 수 있도록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야당에 촉구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향의 모수개혁만 원하는 야당은 논의를 보건복지위 차원으로 좁히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21일 당 연금특위 소속 의원들과 만나 국민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 의장까지 포함된 연금개혁 실무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수영·안상훈 의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은 모수개혁만 가지고는 안 되고 구조개혁을 해야 하기에 국회 차원에서 여야가 모인 상설 연금특위를 빨리 구성해 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21대 국회에선 연금특위 (활동 시한을) 1년씩 계속 연장했는데 그런 방식으론 안 된다”며 “기초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 등 공적연금 전체의 노후소득 보장, 노후 빈곤 완화,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때 여야가 막판까지 논의했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 모수개혁안에 대해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에서 굉장히 부정적”이라며 “(재정 고갈 시점) 9년 연장으로는 되지 않고 70년 정도 갈 수 있는 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야당과의 협상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당안을 따로 마련하진 않겠다고 했다.

특히 여당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다루기 위해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등 다양한 상임위 위원들이 포함된 연금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간 연계를 구조개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며 “퇴직연금의 경우에도 자동연금화 등을 추진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구조개혁에 미온적이다. 소득대체율 상향에 방점을 맞추고 있어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소득대체율 44%’ 인상안 처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때문에 연금특위 없이 복지위에 소위를 추가 신설하는 정도로 국민연금을 논의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1대 때처럼 여야 동수의 연금특위보다는 야당 우위의 복지위에서 정부안을 심사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이끌기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야권 인사는 “연금개혁은 모두 꺼리는 과제인데 구조개혁으로까지 전선을 넓혀 논의를 길게 이어가는 것은 거대 야당 입장에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