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제 개편을 두고 정부 여당과 거대 야당 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제한도를 상향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인 최고세율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중산층 핀셋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오는 10월께 시작될 국회의 세법 개정 논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와 함께 상속세를 놓고 치열한 논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野 “일괄 및 배우자공제 상향”

"세율 깎자" "공제 늘리자"…막오른 與野 '상속세 전쟁'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 공동 상임부의장인 임광현·안도걸 의원은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금액을 상향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발의를 각각 추진 중이다. 임 의원은 국세청 차장, 안 의원은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 경제통이다. 두 의원 모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이들이 당내 조세·재정 정책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현행 상속세법은 기초공제(2억원)에 자녀공제(1인당 5000만원) 등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중 더 큰 금액을 과세 대상에서 빼준다. 인적공제로 3억원(일괄공제 5억원-기초공제 2억원) 이상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괄공제 혜택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임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금액을 각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높인다. 안 의원안은 두 공제액을 동일하게 각각 7억500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임 의원안대로라면 다른 공제 없이 배우자에게 18억원, 안 의원안은 15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내지 않고 상속이 가능해진다. 현행법으로는 10억원까지다.

임 의원은 통화에서 “(정부안에 포함된) 자녀공제 확대는 ‘부의 세습’에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배우자에게 상속하는 건 수평적 부의 이동이기 때문에 공제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속세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부자 세금’으로 여겨졌던 상속세의 영향권에 상당수 중산층까지 들어가게 된 영향이다. 서울의 경우 상속하는 사람 중 과세대상자 비중이 2010년 2.9%에서 지난해 15%로 크게 높아졌다. 1997년 이후 한 번도 상속세 공제 기준이 바뀌지 않는 동안 부동산 등 자산 가치는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최고세율 하향+공제 상향

민주당의 두 의원 법안 모두 상속세 최고세율(50%)과 자녀공제 한도는 그대로 두고 일괄 및 배우자공제만 건드렸다는 것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과의 차이점이다. 정부 역시 중산층의 세금 부담 경감이 상속세 개편의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방법은 야당안과 달리 최고세율도 낮추고(50%→40%), 최저세율인 10% 적용 구간은 높이는(1억원 초과→2억원 초과) 방식이다.

자녀공제는 지금(5000만원)보다 10배 많은 5억원까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민주당처럼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를 확대하는 것보다 자녀공제를 늘리는 게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전직 세제실장은 “노인층 자산이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젊은 층에 흘러가도록 하는 게 경제정책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민주당처럼 일괄·배우자공제 한도 확대는 물론 기초공제까지 늘리자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일괄·배우자공제 한도를 각각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은 일괄공제 금액을 10억원으로 올리고, 기초공제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내놨다. 다만 민주당은 최고세율 인하와 자녀공제 확대가 핵심인 정부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재영/정소람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