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위한 공론화에 나섰다. 가사도우미와 간병인 등의 서비스 가격을 낮춰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여당에서 관련 법안 발의도 잇따르고 있어 22대 국회에서 최저임금 차등화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그림의 떡"…최저임금 차등화 공론화 나선 여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 적용 세미나’를 열어 “획일적, 일률적인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예외 적용해야 오히려 외국인 고용이 활성화되고, 국민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 의원은 구체적으로 △업종별·지역별 차등 △사적(개별) 계약 적용 제외 △단기 근로자 적용 제외 등을 제안했다.

참석자들도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형 KAIST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여러 선진국(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위스)에서 업무별 차등 적용을 시행 중”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는 점점 더 늘어날 텐데, 편의를 증대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과도한 가사도우미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외국인 도우미는) 서비스 수요자가 기업이 아니라 가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각 가정이 외국인 도우미와 직접 계약하는 경우에는 법정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를 허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가사 및 육아 도우미 비용(예상)은 월 264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월 509만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을 위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는 수익의 80%를 본국에 송금한다. 송금해서 사용되는 가족의 생계비는 대한민국의 생계비 기준과 똑같이 볼 수 없다”며 “합리적 차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임금을 낮추되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도를 마련하는 안(김 전 차관)도 거론됐다.

22대 국회 들어 여당에선 송언석 조정훈 의원이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나 의원도 이번 토론회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추가 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도 최저임금 차등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수석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고학력 여성 출산율이 반등했는데, 육아 서비스 가격이 낮아지면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사적 계약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차츰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은 22대 국회 들어서도 차별 없는 최저임금 적용 법안을 재발의(이수진 의원)하는 등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