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불법 이주민의 본국 추방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이민 시위가 영국 전역에서 극렬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키어 스타머 정부는 불법 입국 문제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노선을 확실히 했다.

21일 영국 내무부는 새로운 국경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망명이 불허된 신청자를 비롯해 영국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을 향후 6개월간 본국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는 반년간 추방 인원이 1만4500명 이상일 것으로 전망했다. 추방된 이주민은 2017년 3만2720명에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1만4385명을 기록했다.

내무부는 스타머 정부 출범 이후 약 6주간 불법 이주민을 귀국시키는 항공편이 9편 운항됐고, 그중 한 대에는 200명 넘게 탑승했다고 강조했다. 불법 입국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이주민을 수용할 시설 두 곳을 다시 열어 연말까지 290명을 추가 수용할 방침이다. 또한 내무부 산하 국가범죄청(NCA)에 정보관·조사관 100여 명을 신규 배치해 밀입국 조직범죄에 대응한다.

이번 조치는 스타머 정부의 정책 기조를 잘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머 정부는 총선 기간에 보수당 정부의 간판 정책인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임 리시 수낵 총리가 강력히 추진해 온 이 정책에 대해 스타머 총리는 “(이주민 유입) 방지 효과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밀입국 조직 단속을 강화하는 등 더 나은 정책으로 불법 입국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문제를 총괄하기 위해 신설하기로 한 국경안보본부는 본부장을 채용 중이다.

영국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반발 심리가 극에 달했다. 지난달 말 영국 한 소도시의 어린이 댄스교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어린이 세 명이 숨졌는데, 범인이 무슬림이라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흉기 난동 사건은 반이슬람 폭력 시위로 확대됐다. 영국 정부는 시위 관련 용의자 1100명 이상을 체포했고, 수감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교도소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동당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총선 이후 소형 보트를 타고 영국해협을 건넌 불법 입국자는 57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7% 급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