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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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은 아무도 웃지 않는 암울한 지역인가요?”

미국에서 동유럽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가 받은 질문이라고 한다. 폴란드 부모를 둔 미국 프리랜서 언론인 제이콥 미카노프스키가 <굿바이, 동유럽>을 쓴 건, 이렇게 동유럽에 대한 사람들이 오해가 크기 때문이다. 동유럽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동유럽 대신 중유럽이란 말로 자신들을 소개한다. 동유럽하면 가난, 폭력, 민족 갈등 등 부정적인 꼬리표가 달리는 탓이다. 서유럽에 비해 열등한 지역이란 인식이 크다.

저자는 “동유럽에도 독자적인 것이 있었다”고 말한다. 가장 확실한 특징은 다양성이었다. 언어와 민족, 종교의 다양성이다. 20여 개 나라가 복잡한 경계를 이루며 혼재한 동유럽은 역사적으로 합스부르크제국·독일제국·러시아제국·오스만제국에 속했고, 종교적으로는 가톨릭·개신교·정교회·유대교·이슬람을 믿었다. 인종과 문화, 종교가 뒤섞였고, 덕분에 다양한 문화가 꽃피웠다.

서유럽에서 박해받은 유대인들도 자연스레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오늘날 살아있는 유대인의 80%가량은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자는 “동유럽의 모든 공동체는 혼합되지 않을 수 없고 ‘순수’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동유럽 제대로 아시나요? 오해로 덮혀있는 경의의 땅 [서평]
동유럽의 역사와 문화가 복잡한 만큼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책은 종교, 민족, 제국, 전쟁,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 몇 가지 핵심 주제를 날실로, 폴란드 유대인 출신인 저자 자기 집안의 경험을 씨실로 해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실감 나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동유럽이란 거대한 지역에서 일어난 많은 일이 국가, 사회, 가족,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동유럽은 단지 희생의 장소가 아니라 고유한 문명을 가지고 있고, 끝없는 매력과 경이를 지닌 장소”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