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식료품·과일 물가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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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국내 최초로 기후 위험 지수를 산출하고 잦은 기상이변이 산업 생산 및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규명했다. 이상기후는 특히 과일 등 농림어업 분야 성장에 1.1%나 영향을 미쳤으며,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물가상승에 10% 정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식료품, 과일, 채소 등 생필품 물가에 2010년 이후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이상기후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에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국내 최초로 기후 위험 지수를 산출하고, 이상기후와 물가 관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슈 노트를 발간하고 국내 이상기후 현상을 살펴봤다. 우선 계리기후지표(ACI) 방법론을 참고해 국내 최초로 기후 위험 지수(CRI, 혹은 이상기후 지수)를 산출하고 물가와의 관련성을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CRI는 ▲이상기온 ▲이상저온 ▲강수량 ▲가뭄 ▲해수면 높이 등 5가지 기후 요인으로 구성된다. CRI 측정 방법은 16개 시도별로 앞서 언급한 5가지 요인을 구한 다음 기준 기간 대비 표준화한 값을 평균해 도출하는 방식이다. CRI 평균과 표준편차를 통해 요약통계량(전국 기준)을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과거 기준 기간(1980~2000년) 대비 최근 기간(2001~2023)의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됐다.
이상기후, 산업 생산 0.8% 하락시켜
이상기온 및 해수면 높이의 경우 시간에 따라 우상향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와 제주도가 CRI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강원은 이상고온, 제주는 해수면 상승이 전국 평균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주도의 경우 1985~2023년 해수면 높이가 19cm 상승해 타 지역 평균(11cm)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팀이 기존 연구방법론을 참고해 국소투영법 모형을 만들고 CRI와 전국산업생산지수, 전국소비자물가지수(CPI), 콜금리 등 지표를 넣어 충격 반응 분석을 한 결과 2001년부터 과거보다 이상기후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간(2001~2023년) 폭염이나 폭우 등 이상기후 충격이 산업 생산 증가율을 12개월 후 0.6% 정도 하락시켰다.
이상기후는 식료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전 품목을 포함하는 소비자물가 대신 식료품 관련 소비자물가를 사용하면 이상기후의 영향력이 더 크고 지속성이 길게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최근 기간(2001~2023)의 경우 산업 생산 증가율이 1년 후 0.8% 정도 하락하고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지속 기간이 9개월 정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상기후가 식료품 물가 높여...2023년 이후 기여 커
품목별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필립스 곡선에 인플레이션과 CRI를 추가해 모형을 설정한 결과 2010년 이후 대부분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특히 식료품 및 과일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2023년 중반 이후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이 확대된 현상이 관찰됐다. 다만 채소의 경우 일부 시설재배가 가능해 이상기후의 영향이 과일보다 작게 나타났다.
거시경제 모형에 설명력이 높은 베이지안 VAR을 통해 이상기후가 산업별 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니 농림어업, 건설업 등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컸다. 농림어업은 최대 1.1%나 영향을 미쳤으며, 건설업은 최대 0.4% 하락시켰다. 전기·가스·수도 산업은 이상기후 충격으로 성장률이 상승했는데,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전기 및 가스 사용량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추정했다.
또 역사적 충격 분해 분석 결과 2020년 이후 이상기후가 산업 생산에 일정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서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물가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비중 있게 자리 잡은 것이다.
보고서를 총괄한 정현석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그동안 한은에서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물가 관련 전망을 내놨지만, 이번 보고서는 국내 최초로 5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기후 위험 지수를 만들고 이에 따라 실제적 물가 영향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특히 전국적 영향을 한눈에 살펴보기 좋은 지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이슈 노트는 기존 한은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기후플레이션의 실제적 증거를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난 6월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 사항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상기후에 따른 기후플레이션 문제를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0.6~1.1%, 전체 물가는 0.3~0.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정부가 국내 기후 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한국은행은 지난달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슈 노트를 발간하고 국내 이상기후 현상을 살펴봤다. 우선 계리기후지표(ACI) 방법론을 참고해 국내 최초로 기후 위험 지수(CRI, 혹은 이상기후 지수)를 산출하고 물가와의 관련성을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CRI는 ▲이상기온 ▲이상저온 ▲강수량 ▲가뭄 ▲해수면 높이 등 5가지 기후 요인으로 구성된다. CRI 측정 방법은 16개 시도별로 앞서 언급한 5가지 요인을 구한 다음 기준 기간 대비 표준화한 값을 평균해 도출하는 방식이다. CRI 평균과 표준편차를 통해 요약통계량(전국 기준)을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과거 기준 기간(1980~2000년) 대비 최근 기간(2001~2023)의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됐다.
이상기후, 산업 생산 0.8% 하락시켜
이상기온 및 해수면 높이의 경우 시간에 따라 우상향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지역별로는 강원도와 제주도가 CRI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강원은 이상고온, 제주는 해수면 상승이 전국 평균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주도의 경우 1985~2023년 해수면 높이가 19cm 상승해 타 지역 평균(11cm)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팀이 기존 연구방법론을 참고해 국소투영법 모형을 만들고 CRI와 전국산업생산지수, 전국소비자물가지수(CPI), 콜금리 등 지표를 넣어 충격 반응 분석을 한 결과 2001년부터 과거보다 이상기후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간(2001~2023년) 폭염이나 폭우 등 이상기후 충격이 산업 생산 증가율을 12개월 후 0.6% 정도 하락시켰다.
이상기후는 식료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전 품목을 포함하는 소비자물가 대신 식료품 관련 소비자물가를 사용하면 이상기후의 영향력이 더 크고 지속성이 길게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최근 기간(2001~2023)의 경우 산업 생산 증가율이 1년 후 0.8% 정도 하락하고 식료품 인플레이션은 지속 기간이 9개월 정도로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상기후가 식료품 물가 높여...2023년 이후 기여 커
품목별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필립스 곡선에 인플레이션과 CRI를 추가해 모형을 설정한 결과 2010년 이후 대부분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특히 식료품 및 과일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2023년 중반 이후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이 확대된 현상이 관찰됐다. 다만 채소의 경우 일부 시설재배가 가능해 이상기후의 영향이 과일보다 작게 나타났다.
거시경제 모형에 설명력이 높은 베이지안 VAR을 통해 이상기후가 산업별 성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니 농림어업, 건설업 등에 미친 부정적 영향이 컸다. 농림어업은 최대 1.1%나 영향을 미쳤으며, 건설업은 최대 0.4% 하락시켰다. 전기·가스·수도 산업은 이상기후 충격으로 성장률이 상승했는데,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전기 및 가스 사용량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추정했다.
또 역사적 충격 분해 분석 결과 2020년 이후 이상기후가 산업 생산에 일정 기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3년 이후 이상기후 충격이 인플레이션에서 1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물가를 움직이는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비중 있게 자리 잡은 것이다.
보고서를 총괄한 정현석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그동안 한은에서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물가 관련 전망을 내놨지만, 이번 보고서는 국내 최초로 5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기후 위험 지수를 만들고 이에 따라 실제적 물가 영향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특히 전국적 영향을 한눈에 살펴보기 좋은 지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이슈 노트는 기존 한은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기후플레이션의 실제적 증거를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지난 6월 한은은 ‘물가안정목표 운영 사항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상기후에 따른 기후플레이션 문제를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0.6~1.1%, 전체 물가는 0.3~0.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정부가 국내 기후 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