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세계경제포럼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세계경제포럼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트럼프 소셜 미디어의 지분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핑크의 투자 소신을 둘러싼 공화당 주도의 공세가 격화되는 가운데 그가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회사에 뭉칫돈을 투입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핑크가 이끄는 블랙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한 13F 공시에 따르면 블랙록은 2분기에 트럼프 소셜 미디어 주식 218만 주 가량을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미미한 규모다. 하지만 시장에선 주식 취득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소셜 미디어의 주가 변동성이 심할 때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소셜 미디어 주가는 대선을 앞둔 올해 들어 트럼프 이슈로 급등락을 거듭했다.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1년 만에 X(옛 트위터) 계정에 복귀한 게 주가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으로 X를 쓰느라 트럼프 소셜 미디어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에 소홀해질 경우 주가가 시들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핑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방침 발언으로 인해 최근 1~2년 간 공화당 주도의 정치 공세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록이 이번 분기에 주요 자산운용사 가운데 뱅가드(287만 주)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대거 베팅한 것은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록은 2분기에 랩코프 홀딩스(949만 주), 솔벤텀 코퍼레이션(1100만 주), 아바델 파마슈티컬스(482만 주), 퍼스펙티브 테라퓨틱스(349만 주) 등 헬스케어 기업들을 담았다. 랩코프는 미국 CLIA(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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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벤텀은 지난해 설립된 신생 의료 서비스 기업이다. 아바델은 수면 장애 치료제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데 중점을 둔 생명공학 회사로 아일랜드 기업이고, 퍼스펙티브는 첨단 방사선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업이다.

블랙록은 기존에 갖고 있던 일라이릴리, 존슨앤존슨 등 헬스케어 주식도 각각 58만 주, 846만 주씩 추가 매수했다. 일라이릴리는 블랙록이 2007년 3분기에 처음 사들인 이후 꾸준히 매집하는 종목으로, 현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상위 8위에 올라 있다. 이번 분기에만 포트폴리오 비중을 0.17%포인트 높였다.

인공지능(AI) 분야 선도 기업들에 대해서도 투자를 늘렸다. AI칩 시장에서 90% 내외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엔비디아 주식의 경우 1688만 주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분기 때보다 1.31%포인트 단숨에 올라갔다. 엔비디아는 포트폴리오 2위 종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애정도 재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759만 주 가량 추가 매집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0.26%포인트 늘리면서다. 이미 블랙록 포트폴리오의 1위 종목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분기엔 추가 매수 종목에서도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블랙록 포트폴리오에서 3~6위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아마존, 메타 구글에 대해서도 각각 969만 주, 1015만 주, 216만 주, 518만 주씩 추가 매수했다. 다만 구글의 경우 의결권이 없는 클래스 C를 4만 주 가량 줄였다. 2분기 애플 지분을 대거 처분한 벅셔해서웨이의 지분을 약 25만 주 매도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0.06%포인트 낮췄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