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인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세계 1위 수준인 90%까지 넓힌다는 목표를 밝혔다.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 통상 질서의 전략적 균형추로 떠오른 아세안, 아프리카,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와의 경제 협력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2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자유무역 기반의 공급망 세계화가 퇴보하고, 각국기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가속화하는 등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통상정책 '청사진'이다.

정부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FTA 등 국가 간, 권역 간 통상 네트워크 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59개국(21건)과 FTA를 체결, 발효하고 있다. 이를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77개국으로 끌어올려 한국의 '경제 영토'를 전 세계 GDP의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목표가 달성되면 중계무역국으로 세계 1위 FTA 네트워크를 가진 싱가포르(87%)를 제치게 된다.
한국 FTA 전세계 90%로 넓힌다…"글로벌 사우스 집중 공략"
주요 공략 지역은 핵심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성장 잠재력이 글로벌 사우스의 신흥시장 거점국들이다.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을 비롯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EPA(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해 서남아 통상 벨트를 구축한다. 탄자니아, 케냐, 모로코, 이집트 등 아프리카 거점국을 비롯해 유라시아 교역 중계지 조지아와 발칸지역 생산기지이나 리튬·아연 등 핵심 자원 보유국인 세르비아, 카리브해 거점 국가 도미니카와도 EPA 체결에 나선다. EPA는 FTA와 유사하지만 관세 철폐보다 자원, 에너지 등 공급망 협력에 초점을 맞춘 협정이다.

한국의 주력 시장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다층적 FTA를 체결할 계획이다. 한중일 FTA 협상을 재개하고, 말레이시아·태국과의 양자 FTA 협상을 가속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의 다자간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일단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얽힌 통상 리스크에는 철저히 대비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업과 원팀으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대미(對美) 네트워크를 가동한다. 일본과는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산업, 통상, 에너지 전반에 걸쳐 미래지향적인 경제통상 관계를 만들어간다. 중국과는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 가속화, 중앙·지방정부 다층적 협력 채널 가동 등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공급망 안정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수출통제 제도를 정비하고 무역·투자·기술안보 이슈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유사한 '한국형 산업안보 전담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첨단기술 확보 및 공급망을 보완하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도 추진한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중 갈등 시대에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던 다국적기업 본부가 다른 나라로 재이전을 추진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새로이 찾는다면 한국이 유리하지 않나 보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통상질서가 재편되고 있는데 한국의 잠재력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엄중한 글로벌 통상 환경 하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