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150번 무단결근했는데…"부당해고" 판정에 '발칵'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집단으로 무단결근을 일삼은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간부를 해고한 것이 잘못됐다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와 큰 화제다. 50일 이상 무단결근한 간부가 32명에 달했지만 전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아 들었다.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런 판정에 '주인 없는' 공기업의 '허술한' 인사관리가 배경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가 남이가" 식 온정주의와 아무도 책임 지기 싫어하는 '방치된 인사관리'가 회사에 칼이 돼 돌아온 사례라는 설명이다.

○"회사도 알고 있었잖아" 남탓 주장...지노위에서 '먹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지노위는 지난 20일 집단 해고된 노조 간부들이 서울교통공사를 피신청인으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불이익취급) 구제신청 사건에서 부당해고와 관련해 노조 간부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지난해 교통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했다. 노사가 법률에 따라 합의한 타임오프 사용 인원 한도는 최대 32명인데도 무려 300명이 넘는 근로자가 노조 간부라며 타임오프를 사용해 결근을 일삼았다는 제보가 나오면서다. 감사 결과 한 노조 간부는 1년간 151차례 무단결근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공사도 지난해 서울시의 압박과 여론에 떠밀려 지난해 311명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50일 이상 무단결근한 32명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해고처분(파면 또는 해임)했다. 민주노총 제1노조 소속 간부가 22명, 한국노총 소속이 10명이다.

워낙 대규모 무단결근이라 90일 이상은 파면, 50일 이상은 해임이라는 어이 없는 징계 기준이 정해졌다. 징계 대상이 워낙 많아 5차에 나누어 징계를 내렸을 정도다.

이에 대해 노조는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냈는데 서울지노위에서 이를 인용한 것이다.

법원과 달리 지노위의 판정문은 선고일로부터 대략 30일 정도 후에 나온다. 일반 직장인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에 논란은 확산했다. 결국 지노위가 하루 후 직접 판정 결과를 요약해 내놨다. 노동위가 판정문 결과를 요약한 자료를 사전에 배포한 것은 '노란봉투법'의 계기가 된 CJ대한통운 부당노동행위 사건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후 4년 만이다.

지노위에 따르면 노조는 "노조 간부의 조합활동은 수십년간 노사관행이고 사측의 승인·협조가 있었으므로 무계결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사측이 무계결근 처리를 한 바 없으므로 무계결근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설사 무계결근이어도 사측의 관리부실에 따른 비위행위에 따른 것으로, 고의나 중과실로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회사가 방치한 탓이라는 주장이다.

의외로 서울지노위는 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일축하고 무계결근 일수도 그대로 인정했다. 지노위는 "강행법규에 위반한 노사 관행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복무관리지침에 따른 조치가 없었다고 무계결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어 "노조 간부가 법령과 노사합의를 당연히 준수해야 한다"며 "비위행위가 중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사측의 관리부실이 있었다고 해도 사측 관련자의 책임추궁은 별론으로 하고 면책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지노위는 "해고는 과하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지노위는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지노위는 "공사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채 서울시 감사 지적이 있을 때까지 (위법을) 지속한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며 "노측 비위만큼 사측의 복무관리 부실도 중하다"고 양비론을 펼쳤다. 앞서 면책 사유는 되지 않는다던 '관행' '관리 부실'을 기어코 징계 감경 사유로 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누적된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면서 개선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곧바로 해고처분을 행한 것은 과도하다"라고 판단했다. 사측은 "복무 관리가 미흡했던 것은 사무소가 서울 전역에 분산된 데다 간부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탓"이라고 맞섰지만 지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리 어려워" 공기업방치...칼이 돼 돌아왔다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타임오프 오남용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초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내세운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 조사'로 인해 실체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고용부는 지난해 1월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중 노조가 있는 510여곳을 대상으로 타임오프제 근로감독에 나서면서 압박에 나섰고 이를 기점으로 공사도 조사 대상이 됐다. 공사는 적발된 전체 사업장 중에서도 위반 정도가 가장 심한 편이다.

하지만 지노위는 "회사의 복무 관리 방치가 문제"라며 부당해고 판단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지난 6일 선고일을 2주 미뤄가며 부여한 '화해기간'에는 "해고가 아닌 징계로 재징계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간 이뤄진 위법 '관행'을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단속 취지와는 충돌한다는 평가다. 한 노사관계전문가는 "타임오프 이슈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업장들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정이 중앙노동위나 법원서 유지될지 알 수 없지만,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한 근태관리와 불법관행의 방치, "우리가 남이가"식 온정주의로 인사관리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사기업보다는 주인 없는 공공기관, 공기업 인사관리에서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다. 인사담당자들이 곧 복귀할 현업에서 직원들과 굳이 갈등을 빚기 싫어 징계 사유가 발생해도 경징계로 끝내거나, 위법한 근태 단속이나 관리를 기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 278개 중 141개 기관에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횡령·배임 또는 성폭력 범죄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원이 경고·정직 등 징계만 받고 퇴직하지 않은 채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사업장의 과거 징계 수위, 관행, 복무관리 실시 여부 등은 징계에 큰 영향을 준다"며 "법원도 동일한 사례에 대해 과거 보다 무거운 징계 수위가 나오면 과도하다고 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노사관계전문가는 "대거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가 기각되면 공공기관의 다른 구성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면서 조직문화도 망가진다"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