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을 좋아한다면 당신은 창조적일 것이다, 아니면 미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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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괴물 탄생시킨 스위스 초현실주의 화가 HR 기거
인체와 기계 결합한 극한의 표현력
스콧 감독이 알아보고 디자인 의뢰
오스카상 받고 하룻밤만에 유명세
주류미술계는 그의 작품 폄하했지만
스위스 작은 마을에 박물관 열어
기괴한 괴물들에 싸여 '커피 한잔'
인체와 기계 결합한 극한의 표현력
스콧 감독이 알아보고 디자인 의뢰
오스카상 받고 하룻밤만에 유명세
주류미술계는 그의 작품 폄하했지만
스위스 작은 마을에 박물관 열어
기괴한 괴물들에 싸여 '커피 한잔'


살바도르 달리도 인정한 ‘꿈의 화가’
기거는 스위스 동부의 오래된 도시 쿠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친구들이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 때 그는 트럭에 해골을 싣고 다녔다. 약사였던 아버지의 소장품이었다. 그는 여덟 살 때 박물관에서 이집트 미라와 석관을 보고 “내 생애 가장 강렬한 경험 중 하나였다”고 했다. 스스로 옷을 고를 나이가 되어선 검은색 옷만 입었고 산책은 해가 진 뒤에야 나갔다고.그의 상상력은 꿈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부터 악몽과 이상한 꿈들을 반복적으로 꾸던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이 두려움을 떨쳐냈다. 어두운 색조와 흑백 톤이 어우러진 그림이 아직도 다수 남아있다. 기거는 스스로를 “나의 꿈, 프란츠 카프카, 프로이트 심리학, 러브크래프트 등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 응용예술학교에서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1960년대 중반 시각예술을 전업으로 삼기 시작했다. 잉크 드로잉과 유화로 작업하다 이후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그렸다.

리들리 스콧 “진정한 독창적 천재다”

에이리언은 사실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시나리오가 쓰였지만 정작 마땅한 에이리언이 없어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스콧에게 의뢰했을 때 마침 당시 작가 중 한 명이던 댄 오배넌이 기거를 찾아냈다. 에이리언 초안 세 점은 초기 1000달러에 주문했고, 고소공포증이 있어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하던 기거를 스콧이 직접 찾아가 설득한 뒤 영국 스튜디오로 데려왔다는 일화도 있다.
11개월간 꿈틀대는 뇌, 혀에 이빨을 다는 방법 등을 철통 보안 속에 기거와 협업한 스콧은 그에 대해 “진정한 예술가이자 기괴하고 독창적인 천재다. 그리고 정말 멋진 남자”라고 회고했다.
스위스 우아한 성 안에 ‘기거 박물관’
1980년 영화 ‘에이리언’에서 괴물 에이리언을 만들어 오스카상을 받자 기거는 하룻밤 만에 세계적인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진지한 예술계, 특히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현대미술계는 그의 작업을 폄훼하기 시작했다. 한때 고야, 피라네시의 작품과 함께 그의 작품을 전시하곤 하던 갤러리들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말년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알려졌다.
올해는 기거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가 되는 해다. 지금도 기거 박물관에는 뒤통수가 툭 튀어나온 검은색 머리, 셀 수 없이 많은 날카로운 이빨, 매끄러운 피부에 가시 돋친 몸체와 긴 꼬리를 가진 제노모프가 살고 있다. 박물관의 전시실 건너편엔 그의 작품들로 꾸며진 바(Bar)도 있다. 술을 한잔 마시며 가짜 뼈로 만든 아치 지붕과 두개골로 가득한 선반 등을 바라보면 그의 말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만일 내 작품을 좋아하는 이가 있다면 그들은 아마 창조적인 사람일 것이다. 아니면 미쳤거나.”
김보라 기자·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