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은행권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 배상에 따른 충당 부채가 전년보다 1조원 넘게 늘어나면서다. 가계·기업대출 확대 효과로 이자이익은 3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 만에 순이익 꺾여

ELS 배상에…은행 상반기 순익 11% 감소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14조1000억원)와 비교해 1조5000억원(11%) 줄었다. 은행권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2022년(-1조2000억원) 후 2년 만이다.

순이익은 줄었지만 은행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은 역대 최대였다. 은행권의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2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9조4000억원)보다 4000억원(1.4%) 늘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금리차 축소로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상반기 1.68%에서 올 상반기 1.62%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가계·기업 대출 확대로 이자수익 자산이 같은 기간 3119조원에서 3248조원으로 129조원(4.1%) 늘어나면서 이자이익 확대를 이끌었다.

이자이익 증가에도 은행 실적이 뒷걸음질한 것은 홍콩 ELS 손실 배상 때문이다. 은행권은 상반기 ELS 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를 1조4000억원 쌓았다. 이 여파로 작년 상반기 1조원 흑자를 기록한 영업외손익이 올 상반기 적자(-1조4000억원) 전환했다.

은행권 비이자이익은 작년 상반기 3조8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3조4000억원으로 4000억원(11.4%) 감소했다. 수수료 관련 비이자이익은 2조6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늘었지만, 외환파생 관련 비이자이익이 1조3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6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은행수익성 지표도 악화했다. 상반기 은행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7%로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 하락했으며,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9.03%로 같은 기간 1.82%포인트 떨어졌다.

○인터넷은행 성장세 가팔라

시중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6조9000억원)에 비해 2000억원(3.1%) 줄었다. 지방은행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1000억원(8.5%) 늘었다. 지난 5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옛 대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400억원 줄어들며 시중은행 실적을 끌어내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벵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34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700억원)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특수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4조8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6조4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24.5%) 감소했다. 특수은행은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을 포함한다. 작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아 놓은 대손충당금이 환입되며 순이익이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위기에도 은행이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진/강현우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