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받는 ‘트리플 크라운’을 나란히 달성했다. 두 회사 모두 창사 후 처음이다. 안정적인 판매량(올 상반기 기준 합산 361만 대·세계 3위)과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현대차 9.1%, 기아 13.1%)을 내고 있는 데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선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량 기업’으로 공인받은 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는 건 물론 향후 자금 조달 조건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스바겐도 눌렀다

현대차·기아, 신용 A등급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
세계 3대 신평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한다고 22일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매겼다. 또 다른 3대 신평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S&P와 같은 ‘A3’와 ‘A-’로 끌어올렸다.

S&P는 전 세계 주요국과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을 AAA부터 D까지 22개로 나눠 매긴다. 등급이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낮다는 의미다. ‘BBB-’부터 투자적격 등급으로 분류된다. ‘A-’는 상위 일곱 번째다.

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 중 S&P가 A급으로 평가한 곳은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세계 1위 도요타(A+)와 메르세데스벤츠(A), BMW(A), 혼다(A-) 등 여섯 곳뿐이다. 세계 2위인 폭스바겐은 ‘BBB+’로 현대차와 기아보다 한 단계 낮다. 국내 대기업 중엔 삼성전자(AA-)와 포스코(A-) 등 몇몇 기업만 A등급을 받았다.

올 들어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상향 조정된 건 제품 경쟁력, 브랜드 파워, 수익성, 재무 건전성 등 모든 면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린 데 따른 것이다. S&P는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 지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데다 견조한 수익성과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을 갖춘 점을 감안해 등급을 올렸다”며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주요 시장 점유율 상승, 우호적 환율 등으로 지난 3년간 수익성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수익성 모두 개선

이번 트리플 크라운 달성으로 현대차그룹은 6년 전 맞은 신용등급 강등 수모를 풀었다. 당시 S&P가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취임한 시기였다. S&P는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 시장 지위 약화,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인해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이 2016년 793만 대에서 2017년 729만 대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도 현대차 2.5%, 기아 2.1%에 머물렀다.

정 회장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비효율적인 투자를 줄이는 대신 전기차 등 미래차와 제네시스에 대한 투자는 늘렸다. 전략은 주효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으로 GM, 스텔란티스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를 따돌리고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글로벌 톱3’에 올랐다. 올 상반기에도 361만 대를 팔아 도요타(516만 대), 폭스바겐(434만8000대)에 이어 3위 자리를 지켰다.

덩치를 키우면서 내실도 살렸다. 올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톱5 중 가장 높은 10.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차 9.1%, 기아 13.1%였다. 수익성이 좋은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많이 판 결과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