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고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모두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관철해야 할 과제다. 북한이 사이버 해킹, 가짜 뉴스 유포 등 회색지대 도발을 일삼고 있는 데다 국가 기밀과 산업 기술 유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법 개정을 강행했고,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대공수사는 수년간 끈질긴 추적과 오랜 노하우, 해외 비밀 네트워크 등이 필요한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 안보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는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 정부는 ‘적폐몰이’에만 함몰됐다. 경찰의 대공수사는 60여 년 경험의 국정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새로 뽑은 안보 경찰뿐만 아니라 팀장급 대부분이 간첩 수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 8개월간 별 성과가 들리지 않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 마당에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의 조사권까지 박탈하겠다고 한다. 현장 조사, 문서 열람, 자료 제출 요구, 진술 요청 등 국정원의 원천 기능을 틀어막겠다는 것으로, 정보 무장해제다. 국가 안보와 경제를 뒤흔들 정보 전쟁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보기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런데 한국만 거꾸로 가면서 북한의 소원을 이루게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종북’이 아니라면 안보 자해를 멈추기 바란다.

간첩법 개정도 시급하다. 국군정보사령부 군무원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온 기밀을 중국동포에게 유출했는데도 간첩죄보다 형량이 낮은 기밀 누설 혐의가 적용됐다. 간첩죄의 ‘적’이 북한에만 해당하는 것은 심각한 맹점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우방·적국을 가리지 않고 기밀 유출을 간첩죄로 처벌한다. 여야 의원들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간첩죄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만큼 더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