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저출생수석의 소신이 지켜지길
지난주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을 인터뷰하면서 기대한 것은 파격적인 지원책이었다. 초대 저출생수석에 임명된 후 첫 언론 인터뷰인 만큼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깜짝 대책을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종을 끌어내기 위해 ‘자녀를 낳을 때마다 대출 원리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해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녀 1인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정책 같은 건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유 수석의 대답은 정반대 방향으로 ‘깜짝’이었다. “앞으로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출생률 제고를 위한 각종 지원책은 이미 선진국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는 만큼 현장에서 제도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살뜰히 챙기겠다는 설명이었다. 수도권 과밀과 집값, 과도한 경쟁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현금 지원 줄이겠다는 저출생수석

유 수석은 그러면서 저출생 대책의 두 가지 대원칙은 ‘효과’와 ‘지속가능성’이라고 했다. 현금을 주는 정책은 당장은 그럴싸해 보여도 실제론 효과가 크지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특히 10~20년 뒤엔 이런 정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와 결국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유 수석의 이런 소신은 지켜질까. 어려운 일이다. 현금성 지원을 줄이면 혜택을 받다가 못 받게 된 이들이 반발할 것이다.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기대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맹탕 대책’만 내놓는다고 압박하거나,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저출생 관련 법안을 내놓고 단독 처리할 수도 있다.

반대로 유 수석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돈을 펑펑 쓰겠다고 하면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위기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마당이지 않은가.

어려운 길을 가는 건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내년도 예산안을 미리 보고받은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이 “긴축재정 편성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만이 아니다. 현 정부는 첫 예산안(2023년도)을 짜면서 총지출증가율을 5.1%로 낮췄고, 2024년도 예산안에서는 이를 2.8%로 더 내렸다.

미래 세대 위한 尹 의지 중요

정부가 3년 연속 긴축재정을 이어가는 이유도 같다. 저출생, 고령화 여파로 세수 기반이 약해지고 사회보장 지출이 늘어나면 재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정치권의 압박을 물리치고 3년째 긴축 예산을 짤 수 있는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틈만 나면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장관들에게 자기 부처 예산이라고 무조건 싸고돌지 말라고 지적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상황은 쉽지 않다. 192석 거대 야당은 법안 처리 권한을 무기로 정부에 재정을 풀라고 압박할 것이고, 지방선거와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당 내에서도 포퓰리즘이 고개를 들 것이다. 지난 정부의 ‘돈 풀기’를 기억하는 국민의 현금 살포 요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와 유 수석은 미래 세대를 위한 소신을 지킬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의 의지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