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조합 활동 하느라고 출근 안 해도 괜찮은 것 맞나요. 지노위가 커버 쳐(감싸)주는 거죠?”

서울교통공사의 한 직원은 회사 내부망을 통해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이같이 직격했다. 지노위가 지난 20일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조합 간부 32명에 대해 ‘부당 해고’ 판정을 내린 데 대한 노골적 불만이다.

공사는 올초 대대적인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도) 감사를 벌여 근로 태도가 특히 불량했던 노조 간부 36명을 파면·해임했다. 타임오프를 악용해 노조 활동을 핑계로 결근한 사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최고 수위의 ‘파면’ 징계를 받은 간부 중에는 출근일 137일 중 134일을 근무지에 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중 32명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간부의 조합 활동은 수십 년간 이어진 노사 관행이며 회사의 승인 또는 협조가 있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노조 간부가 일하지 않는 걸 공사가 묵인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는 “간부들에게 노사 합의에 따른 활동 이외의 조합 활동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간부 일탈 사건으로 회사 평판도 나빠졌다고 강하게 맞섰다.

그럼에도 지노위는 32명에 대한 교통공사의 처분이 모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들을 일터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지노위 판정문은 당사자에게만 30일 이내에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번에 지노위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이례적인 해명에 나섰다. 공사 안팎에서 ‘노조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노위 설명문이 옹색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골자는 ‘징계 절차에는 문제가 없지만, 해고는 과도하다’는 내용이다. 지노위는 “공사가 주장한 (노조 간부의) 결근 일수는 그대로 인정됐고 노조 간부의 비위행위 역시 중(重)하다”며 “공사의 관리 부실이 (노조 간부) 면책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사가 잘못된 노사 관행을 지속해온 도덕적 해이가 있어 사측의 관리 부실 역시 중하다”며 부당해고로 결론 내렸다.

지노위가 ‘음주는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식의 앞뒤 안 맞는 판단을 내린 것은 거대 노조의 눈치를 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공사 직원은 “노조원이 잘못했고 공사의 근태 관리에도 그동안 문제가 있었던 게 맞다”고 했다.

공사 내부에서는 이후를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간부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 만큼 또다시 일탈이 벌어져도 적극 징계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지노위의 비상식적 판정에 일하지 않는 노조 간부들의 자리를 묵묵히 채웠던 다수의 공사 직원은 허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