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하자 대통령실이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금통위 결정에 의견을 밝힌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대통령실 내부에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높게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금리 결정은 금통위 고유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짧은 메시지를 냈지만, 행간에는 금리 동결에 대한 상당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추면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금통위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한 것은 안이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다음주 소비 진작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의 기준이 되는 물가, 환율 등의 지표가 안정된 상황에서 굳이 동결할 이유가 없었다”며 “다른 나라들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 위해 준비하는 분위기에서 금통위가 실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달에는 금통위가 열리지 않는 만큼 10월까지는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금통위가 금리 동결 이유로 집값 및 가계부채 불안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정부 인사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가산금리 등을 통해 충분히 정책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더 이상의 대립각은 세우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은 결정에 불만은 있지만 금통위의 독립성 보장 역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부가 금통위 회의에 기획재정부 1차관을 보내 발언하게 하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있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열석발언권 행사는 2013년이 마지막이다.

앞서 대통령실과 여권 인사들은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문해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근원물가지수가 2%대 초반으로 내려오는 등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송언석·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8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