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아이폰의 기본 인터넷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앱스토어 등 아이폰의 기본 앱을 삭제하는 것도 허용했다. 빅테크를 향해 ‘반(反)독점’ 칼날을 들이댄 EU의 압박에 따른 조치다.
애플이 공개한 기본 브라우저 변경 화면.  /애플 제공
애플이 공개한 기본 브라우저 변경 화면. /애플 제공
애플은 22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에서 아이폰·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에서 소프트웨어 기본 설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대표적인 건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브라우저를 기본값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자사 기기에선 자체 브라우저 ‘사파리’만을 기본 브라우저로 허용했지만, 이번에 크롬·엣지·파이어폭스 등 11개 브라우저를 선택지에 추가했다.

기본 앱 변경을 위한 전용 섹션을 추가해 브라우저 외에도 이용자가 기본으로 설정할 수 있는 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기본 앱의 삭제도 허용했다. 지금까지 삭제할 수 없었던 앱스토어·메시지·카메라·사진·사파리 등 애플 앱도 모두 지울 수 있다. 애플은 이번에 변경된 기본 설정을 다음달 출시 예정인 운영체제(OS) iOS 18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EU의 압박에 따른 조치다. EU는 지난 3월 시행된 디지털시장법(DMA)에 따라 애플을 구글·메타 등과 함께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뜻하는 ‘게이트 키퍼’로 규정했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외부 앱 및 대체 앱스토어 설치 등 자사 플랫폼과 제3자 서비스 간 상호 운용을 허용해야만 한다. 애플이 자사 앱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삭제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 등을 자사 서비스에 대한 ‘우대 행위’로 본 것이다. DMA는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같은 애플의 ‘울며 겨자먹기’식 조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애플은 지난 3월 법 시행에 앞서 업데이트를 발표했지만,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조사를 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업데이트 방안은 그에 따른 새로운 조치다. 애플은 지난 8일에는 앱스토어 운영 규정을 바꿔 애플 스토어가 아닌 대체 앱스토어를 허용하고 앱 내에서 다른 플랫폼이나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링크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OS 18.1부터 아이폰의 비접촉식 근접무선통신(NFC) 결제 기술도 경쟁업체들에 공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