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 기업 네슬레가 마크 슈나이더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약 40년간 네슬레에 재직한 사내 베테랑인 로랑 프레이세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린 네슬레는 CEO 교체로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슈나이더, 8년 만에 CEO 사임경쟁사 대비 부진했던 실적 영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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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는 22일(현지시간) "마크 슈나이더는 CEO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네슬레 측은 "슈나이더는 8년 동안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꾸렸다"며 "그는 커피, 반려동물 케어, 영양 건강 제품과 같은 고성장 카테고리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로랑 프레이세 네슬레 라틴아메리카 CEO는 9월 1일부터 차기 CEO로서 네슬레 전체를 이끌게 된다. 1986년 프랑스 네슬레에 입사한 그는 최근 16년 동안 네슬레 이사회 임원을 맡아온 사내 전문가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네슬레 유럽 지역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했고, 2014년에는 네슬레의 가장 큰 시장인 북미 지역 CEO를 맡았다.

이번 CEO 교체는 최근 네슬레가 경쟁사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네슬레 주가는 올해 들어 1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최대 식품 기업 다논이 2.17%,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가 25.27%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네슬레는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을 4%에서 3%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고물가 장기화 및 경기침체 기조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자 가격 인상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하면서다. 지난 3년간 네슬레의 매출 성장은 가격 인상이 견인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가격 인상 둔화는 악재로 분류됐다. 지난 한 해동안 네슬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으나, 전망치(7.4%)보다는 성장세가 둔화하기도 했다.

네슬레는 사업 운영에서도 계속된 악재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네슬레는 3년 전 인수했던 땅콩 알레르기 사업체 팔포지아에서 21억달러(약 2조8100억원)가량 손해를 봤다. 결국 회사를 처분하는 데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미국 공장 두 곳에서는 IT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건강식품 상품 공급망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올해 초 프랑스에서는 네슬레가 수돗물에만 허용된 소독 처리를 통해 생수를 생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규제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새 CEO는 네슬레 40년 재직자내부 승진 전통으로 돌아가나

네슬레 최고경영자 마크 슈나이더 사임…부진한 실적은 차기 CEO 과제
데이비드 헤이스 제프리스 분석가는 "점점 어려워지는 한 해를 보낸 네슬레에서 CEO를 바꾸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필립 베르치 본토벨뱅크 분석가는 "네슬레의 사정과 시장을 잘 아는 베테랑이 CEO 자리를 넘겨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네슬레가 회사 내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임명하는 통상적인 관행으로 되돌아가는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슈나이더는 CEO로 임명됐을 당시 네슬레에서 100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임명한 CEO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네슬레에 합류하기 전에는 독일 의료 회사 프레제니우스의 CEO로 재직했었다.

폴 불케 네슬레 회장은 "로랑은 지금 네슬레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물"이라며 "이사회는 로랑이 새로운 CEO로 임명된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리더십 하에 네슬레는 일관되고 지속할 수 있는 가치 창출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회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크 슈나이더는 "지난 8년 동안 네슬레를 이끈 것은 영광이었다"며 "로랑이 새로운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기원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