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님, 앞으로 청소하세요"…잡무 시키다 '1억' 물어냈다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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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서 부당해고 판정 나오자
당사자 복직 막으려 잡무 할당
"기존 근로조건 효력 없다" 통보
사내선 "안 나가면 폐업" 언급도
법원 "복직 거부는 회사 잘못"
당사자 복직 막으려 잡무 할당
"기존 근로조건 효력 없다" 통보
사내선 "안 나가면 폐업" 언급도
법원 "복직 거부는 회사 잘못"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사실 어렵다. 직원이 일을 못한다고 해서 곧장 내보낼 수 없는 데다 징계해고를 하더라도 자칫 부당해고로 인정될 경우 사업주가 역풍을 맞는다. 일반적으로 퍼진 인식은 법률로 정해둔 선과 차이가 있다. "내가 사장인데", "나가라면 나가야지"라는 식의 생각이 사업주를 법정 다툼으로 이끄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해고 이후 한차례 법적 분쟁을 벌이고도 갈등이 이어지는 곳이 적지 않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한 직원을 제 발로 나가도록 만들려다 손해배상 책임을 질 정도다.
사연은 이렇다. A씨는 2021년 5월 갤러리를 운영하는 법인에 입사해 본부장으로 일했다. 갤러리 측은 2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A씨에게 해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튿날 곧바로 해고가 이뤄졌다.
회사는 해고 열흘 뒤 A씨에게 해고통지서를 발송했다. 해고통지서엔 "근무태만과 항명, 기망·직무유기를 행했으며 회사·대표이사에 대한 비방으로 명예가 실추되는 위험에 놓이게 했고 최근 근무태만이 원인이 되어 대표이사가 노동청에 고발되는 등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해 해고한다"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약 3개월 뒤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전북지노위는 그해 12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해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전북지노위는 A씨의 원직 복직을 명했다. 갤러리 측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2022년 4월 나온 중앙노동위원회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갤러리 대표는 2021년 12월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일 9시까지 출근 바란다. 내일 일정은 한옥 에어컨 이사"라고 했다. 다음 날엔 "첫 임무는 주택 청소, 시급은 1만원"이라며 "기존 근로조건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보냈다.
분쟁은 이어졌다. 갤러리 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도 갤러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갤러리 측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행정소송과 별개로 원래 일했다면 받았어야 할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는 해고가 무효·취소됐을 경우 근로자가 원래 받았어야 할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에 근거한 것이다.
법원은 미지급 임금에 더해 연차휴가수당을 얹어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받았어야 할 임금 1억2350만원과 이 기간 연차휴가수당 580만원을 합쳐 총 1억29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 판사는 "갤러리 측은 A씨에게 본부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청소와 같은 잡일을 시켜 스스로 그만두게 하거나 복직 직후 휴업 통지를 할 요량으로 A씨를 복직시키고자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복직 의사를 밝힌 A씨에게 회사의 사정이 변경됐다면서 이사 일을 하라고 지시해 그 계획을 실행하고자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A씨를 복직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고 그와 같은 형태의 복직을 A씨가 거부했다고 해서 잘못이라 할 수 없다"며 "갤러리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처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려면 합리적 근거에 따라 해고 사유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 관련 규정을 적용받는다. A씨의 갤러리도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
한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는 "직장 내 갈등이나 저성과, 범법 행위와 같은 이유로 징계를 단행한다면 반드시 그에 맞는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적정한 징계 수위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며 "징계 절차가 진행될 땐 당사자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이 때문에 해고 이후 한차례 법적 분쟁을 벌이고도 갈등이 이어지는 곳이 적지 않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한 직원을 제 발로 나가도록 만들려다 손해배상 책임을 질 정도다.
서면 통보도 없이 해고…열흘 지나서야 발송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노종찬 판사는 한 갤러리 본부장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노 판사는 "회사는 A씨에게 1억2900만원을 지급하고 지난해 8월부터 A씨의 복직일까지 월 500만원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사연은 이렇다. A씨는 2021년 5월 갤러리를 운영하는 법인에 입사해 본부장으로 일했다. 갤러리 측은 2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A씨에게 해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튿날 곧바로 해고가 이뤄졌다.
회사는 해고 열흘 뒤 A씨에게 해고통지서를 발송했다. 해고통지서엔 "근무태만과 항명, 기망·직무유기를 행했으며 회사·대표이사에 대한 비방으로 명예가 실추되는 위험에 놓이게 했고 최근 근무태만이 원인이 되어 대표이사가 노동청에 고발되는 등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해 해고한다"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약 3개월 뒤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전북지노위는 그해 12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해고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전북지노위는 A씨의 원직 복직을 명했다. 갤러리 측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2022년 4월 나온 중앙노동위원회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부당해고 판정에 '원직복직' 대신 잡무 지시
복직 판정 이후 임직원들과 진행한 대책회의에선 "A씨의 응징과 처벌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할 것", "A씨가 복직하면 공장 청소, 나무 전지 등을 시켜야 한다", "본부장인데 할 일은 청소, 이사, 전지, 환경미화 시다바리 등등", "해고보다 사직을 유도해야 좋지만 정 안 되면 회사를 폐업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회사 휴업처리 통지 양식도 준비하라는 언급도 있었다.실제로 갤러리 대표는 2021년 12월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일 9시까지 출근 바란다. 내일 일정은 한옥 에어컨 이사"라고 했다. 다음 날엔 "첫 임무는 주택 청소, 시급은 1만원"이라며 "기존 근로조건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보냈다.
분쟁은 이어졌다. 갤러리 측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도 갤러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갤러리 측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A씨는 행정소송과 별개로 원래 일했다면 받았어야 할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는 해고가 무효·취소됐을 경우 근로자가 원래 받았어야 할 임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에 근거한 것이다.
법원 "미지급 임금·연차휴가수당 모두 지급해야"
이 소송을 맡은 전주지법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해고를 단행하기 전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만큼 해고 자체가 무효라고 봤다.법원은 미지급 임금에 더해 연차휴가수당을 얹어 손해배상액을 책정했다.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받았어야 할 임금 1억2350만원과 이 기간 연차휴가수당 580만원을 합쳐 총 1억29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 판사는 "갤러리 측은 A씨에게 본부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청소와 같은 잡일을 시켜 스스로 그만두게 하거나 복직 직후 휴업 통지를 할 요량으로 A씨를 복직시키고자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복직 의사를 밝힌 A씨에게 회사의 사정이 변경됐다면서 이사 일을 하라고 지시해 그 계획을 실행하고자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를 두고 A씨를 복직시켰다고 평가할 수 없고 그와 같은 형태의 복직을 A씨가 거부했다고 해서 잘못이라 할 수 없다"며 "갤러리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처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려면 합리적 근거에 따라 해고 사유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해고 관련 규정을 적용받는다. A씨의 갤러리도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
한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는 "직장 내 갈등이나 저성과, 범법 행위와 같은 이유로 징계를 단행한다면 반드시 그에 맞는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적정한 징계 수위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며 "징계 절차가 진행될 땐 당사자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