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사진=AP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이 낡은 화력 발전소나 폐허가 된 산업 단지에 데이터 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노후화된 부지를 자산으로 보유한 이들에게는 매각 기회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 잉글랜드 북부 리즈 근처의 에그보로와 스켈턴 그레인지의 오래된 화력 발전소 부지에 데이터 센터를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아마존은 미국 버지니아 주의 낡은 버치우드 화력 발전소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집약적인 특성 때문에 최적의 위치를 찾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부동산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애덤 쿡슨 데이터 센터 자문 그룹 책임자는 "데이터 센터 시장이 토지 가용성과 전력 측면에서 심각하게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시장이 작고 복잡한 오래된 발전소 부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발전소 부지)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회사 JLL의 다니엘 소프 데이터 센터 연구 책임자 역시 "주로 대형 '하이퍼스케일'의 데이터 센터 시설이 인프라 사이트나 발전소를 (부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에 따라 폐쇄되는 석탄 발전소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부지는 전력 전송 인프라를 갖추고 있거나 수원 근처에 위치해 있어 데이터 센터 입지에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화석연료 연소로 발전하던 설비를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로 전환해 기존의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에너지연구기관 RMI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기존의 화석연료 발전소에 배치될 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전소에서 생산은 됐지만 전력망에 전송하지 못하는 잉여 전력을 곧바로 데이터 센터를 가동하는 데 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 닫은 산업 단지도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센터 개발 및 운영사 벌투스 데이터 센터는 최근 세계대전 당시부터 운영돼 온 영국의 한 탄약 공장을 인수했다. 토르 에쿼티 그룹도 최근 미국 조지아 주의 폐쇄된 제조 공장을 매입했다. 조 싯 토르 사장은 "이 공장이 변압기, 상하수도, 천연가스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데이터 센터 개발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