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한 땅엔 사탕수수 못 심어"…호주 설탕 생산량 급감 우려 [원자재 포커스]
주요 원당 수출국인 호주에서 사탕수수 재배지역에 폭우가 내리면서 호주 설탕 생산 능력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몇 달간 이어지는 설탕 제당소의 노동자 파업도 내년 호주 설탕 생산 및 수출량을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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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호주의 사탕수수생산자연합(Canegrowers)을 인용해 설탕 제당소의 많은 노동자가 몇 달간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퀸즐랜드에서 발생한 폭우로 이번 시즌 작물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탕 수확에 필요한 트랙터 등 중장비는 축축해진 사탕수수밭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 약 850만t(톤)의 사탕수수가 재배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50만t 적은 양이다.

호주의 설탕 수출이 줄어들면 국제 설탕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 설탕 기구 추산 결과 호주는 브라질, 태국에 이은 세계 3대 원당 수출국으로, 수확량의 80% 이상을 수출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호주의 원당 공급량이 줄어들면 최근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설탕 선물 가격 하락세가 완화될 수 있다”며 “다만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에 비해서는 출하량이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설탕 수확을 방해하는 것은 기후뿐만이 아니다. 설탕 생산기업 윌마 인터내셔널의 호주 공장의 노동자들은 지난 5월부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간헐적으로 파업을 벌여왔다. 이 회사는 퀸즐랜드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으로, 파업 때문에 설탕 생산 일정이 몇 주씩 뒤처졌다.

비가 더 온다면 내년 작물 파종에도 악영향을 준다. 사탕수수는 젖은 토양에 심을 수 없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파종을 늦출 것이고 그 시기가 11월 말~12월 초에 시작되는 우기와 겹치게 되면 묘목을 심지 않느니만 못하게 된다. 퀸즐랜드 사탕수수 생산자이자 사탕수수생산자연합의 이사인 크리스 보스워스는 “만약 묘목을 심고 몇 주 뒤에 우기가 찾아온다면 작물은 거의 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많은 생산자가 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는 곧 내년에 수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