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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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겨울철 질환’이란 인식을 깨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선 지난 10일 기준 생활 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RNA) 검출량이 올해 1월 1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생활 하수 속 코로나19 병원체 검출률은 8월 둘째주(4~10일) 43.5%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220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받는 환자도 8월 세째주(11~17일) 기준 1464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뿐 아니다. 독감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질병청이 2022년 9월 발령했던 독감 유행주의보를 22개월 만에 해제한 게 지난달 12일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독감 의심환자는 유행 기준인 외래 환자 1000명 당 6.5명을 넘어서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 세째주 국내 외래 환자 1000명 당 독감의심 환자는 10.2명을 기록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문가들이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지나치게 무덥고 습한 날씨다. 겨울과 달리 여름엔 야외 활동이 늘어 사람과 사람 간 거리가 멀어지는 게 상식이었다. 창문을 열고 환기도 많이 하면서 실내 공간에 머무르던 공기에 섞인 환자의 비말 등이 밖으로 나가면 실내 공기 속 감염원 농도도 자연히 떨어진다.

올여름 극심한 더위는 이런 상식을 깨버렸다. 에어콘 바람 덕에 시원하고 밀폐된 실내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건조한 난방시설 안으로 모여들던 겨울과 같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여름철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행사가 흔한 데다 휴가철을 맞아 인구이동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바이러스엔 퍼지기 좋은 환경이 됐다.

해외에선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래 계절성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에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여름 감기'로 지칭했다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한 계절성을 띄는 수준까지 인류와 친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은 인류 곁에서 유행한 기간이 길다. 그에 맞춰 겨울에 유행한 뒤 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여름을 넘기는 패턴이 굳어졌다.

반면 코로나19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도깨비' 같은 감염병인 탓에 유행 패턴이 만들어지지 않고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지난 겨울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크지 않았던 것을 올 여름 유행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백신 접종률이 떨어진 데다 신규 변이가 유행하는 것도 여름철 확산에 영향을 줬다. 국내 6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률은 41.3%다. 독감백신(82.5%)보다 낮다. 신규 변이인 'KP.3' 점유율은 56.3%까지 증가했다. 직전 유행 변이인 'KP.2'까지 포함하면 67.6%에 이른다.

새로 유행하는 변이는 모두 오미크론과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이 30군데 이상 다른 'JN.1' 계열 변이로 분류된다. 해외에선 이 때문에 오미크론과 JN.1 계열을 달리 불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JN.1' 변이에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광범위한 면역력이 형성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질병청은 올해 10월 'JN.1' 변이 대응 백신을 도입해 고령층 등 고위험군 대상 접종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규 JN.1 변이 대응 백신을 맞으면 기존 백신보다 'KP.2', 'KP.3' 계열 변이 예방효과가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