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초콜릿' 출처=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인스타그램
'두바이 초콜릿' 출처=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인스타그램
서울 강남구에 사는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경기 고양, 인천 등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녔다. 폭염와 폭우가 반복되는 날씨에도 김씨가 먼 곳까지 ‘원정’을 다니는 것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두바이 초콜릿’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일부 지역에선 오전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제품이 동이 난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오픈런을 하기도 했다. 김 씨는 “유튜브 쇼츠를 보고 맛이 궁금해서 사먹기 시작한 게 이젠 각종 두바이 초콜릿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원정과 오픈런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SNS를 통해 인기 디저트로 떠오른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뜨겁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 초콜릿 관련 디저트를 출시하면 ”매출이 최소 두 배는 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 출처=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두바이 초콜릿' 출처=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
두바이 초콜릿은 안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중동식 면 ‘카다이프’가 들어가 고소한 맛에 바삭한 식감을 가진 게 특징이다.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소재의 한 디저트 업체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현지에서 온라인 주문만 가능하다. 가격이 개당 65디르함(약 2만4000원)으로 싸지 않지만 현지인도 구매가 어려울 정도다.

이 비싼 디저트가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된 것은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이 초콜릿을 먹는 영상이 확산한 영향이 크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도 ‘두바이 초콜릿 열풍’의 중심에 서게 됐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 보니 직접 두바이 초콜릿을 만드는 유튜브 영상도 대거 등장했다.

편의점 백화점 카페할 것 없이 두바이 초콜릿 관련 디저트만 내놓으면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예삿일. 편의점 중 가장 먼저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내놨던 CU는 지난달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초콜릿 안에 카다이프 대신 건면을 넣어 만든 유사품이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하루 만에 초도 물량 20만개가 완판됐다. 현재까지 100만개 이상 판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한 CU편의점에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CU편의점에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스1
GS리테일의 GS25가 선보인 ‘두바이 초콜릿 세트’도 첫 번째 사전예약에서 5000박스가 9분 만에 품절됐다. GS25는 두 차례 사전예약을 통해 2만5000세트를 팔았는데 모두 완판됐다. GS25는 ‘두바이 카다이프 피스타치오 초코바’ 아이스크림을 단독 상품으로 출시하면서 물량을 100만개 이상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의 두바이 카다이프 초콜릿 역시 1200개 물량이 5분 만에 품절됐다.

카페들도 두바이 초콜릿을 새 메뉴로 올렸고 식품업계도 유사한 맛과 식감을 내는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는 중이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피스타치오맛을 출시했고, 아티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는 피스타치오 빙수를 선보였다.

백화점 업계도 두바이 초콜릿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관련 팝업 스토어를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 등에 열었다. 운영기간 오픈 전부터 대기 고객이 매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도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전국 12개 지점에서 수제 두바이 초콜릿으로 유명한 카페 ‘데저트잼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롯데백화점도 테미즈, 데저트잼스 등과 두바이 초콜릿 릴레이 팝업을 열었다.
 서올 송파구 롯데월드몰 '테미즈' 팝업 스토어에서 시민들이 '두바이 초콜릿'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올 송파구 롯데월드몰 '테미즈' 팝업 스토어에서 시민들이 '두바이 초콜릿'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이미 두 세배씩 웃돈을 얹어 판매되고 있다. 원조 두바이 초콜릿인 픽스 초콜릿은 정가가 2만5000원이지만 중고거래 마켓에서는 7만~8만원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제품들 역시 4000~7000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3만~4만원씩에 팔린다.

인천에서 두바이 초콜릿 디저트를 구입한 박모 씨(30)는 ”아침부터 오픈런을 했는데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만 20명이 넘었다“며 ”1인당 구매 수량 제한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더 몰려들더라“고 했다. 그는 ”먹어보니 초콜릿이 달콤하고 바삭하게 씹히더라. 이렇게까지 열풍이 불만한 맛인가 싶다가도 주변에서 너도나도 두바이 초콜릿을 구하려 애쓰는 걸 보면 또 사먹게 된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