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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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불패 신화가 깨지고, 옥석가리기 장세가 본격화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속출한 반면 '따따블'(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기업도 7개월 만에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회사의 성장성, 유통 가능 물량 등을 면밀히 살펴 새내기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티디에스팜은 코스닥 상장 첫날인 지난 21일 공모가(1만3000원)보다 3만9000원(300%) 뛴 5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따따블에 마감한 공모주는 현대힘스(1월 26일 상장) 이후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7개월 만이다. 이번주(19~23일) 증시에 데뷔한 M83(39.38%), 전진건설로봇(24.55%), 이엔셀(12.42%)도 상장 당일 공모가를 웃돌았다.

반면 상장 첫날 공모가 밑에서 거래되는 종목도 적지 않다. 이달 2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케이쓰리아이는 공모가 대비 31.94% 급락한 채로 마감했다. 올해 상장한 공모주 가운데 상장 당일 수익률이 가장 부진했다. 같은 날 상장된 넥스트바이오메디컬(-18.28%)도 공모가를 한참 밑돈 채 거래를 마쳤다.

케이쓰리아이·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케이쓰리아이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39 대 1,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356.9 대 1이었다. 반면 '따따블'을 기록한 티디에스팜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2126 대 1로 앞선 두 종목을 크게 앞질렀다. M83, 이엔셀, 전진건설로봇의 경쟁률도 800~1000대 1 수준이었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도 상장일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케이쓰리아이와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두 자릿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티디에스팜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1608대 1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5일 하스(경쟁률 2126 대 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은 해당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을 고민하고 뛰어든다"며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면 상장 이후에도 추가 매수하려는 기관의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 연관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사진은 직접적 연관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도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통 가능 물량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공급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따블' 달성한 티디에스팜의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 중 23.79% 수준이었다. 앞서 상장한 전진건설로봇은 16.03%에 불과했다. 반면 넥스트바이오메디컬(44.49%), 케이쓰리아이(37.05%)는 상대적으로 시장에 풀린 물량이 많았다. 이 두 종목은 수요예측도 부진했는데, 시장에 공급된 물량이 많아 주가가 부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장 첫날 급등했다고 상승세가 이어지진 않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티디에스팜은 첫날 따따블까지 치솟아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으나 이후 이틀간 시총이 3분의 1 넘게 증발했다. 22일 장중 기록한 고점 6만700원에 매입했다고 가정하면 현재(23일 종가 기준) 손실률은 42.67%에 달한다. 상장 첫날 공모가(1만6000원)를 웃돌아 장을 마친 M83도 이튿날 17% 밀렸다.

나 연구원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풍이 불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높은 가치를 받아 증시에 입성했다"면서도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증시가 불안해지며 공모주의 상장 직후 수익률이 고점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티디에스팜의 경우 사업성과 성장성을 인정 받아 첫날 급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IPO 기업과 전방 산업의 성장성, 투자 시점의 시장 주도 섹터, 상장 직후 유통물량 등을 면밀히 분석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