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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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온기 도는 회사채 시장…비우량채는 주의해야[류은혁의 채권 투자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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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투자 교과서 <4>

분석편, '비우량 등급' 회사채 투자
회사채 시장 온기 돌지만…비우량채 투자는 '아직'
하반기 한전채 물량 쏟아질 가능성도…가격 하락 부추겨


지금 회사채를 담아야 할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강해지자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돈다. 금리 인하 전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에 몰리면서다. 하지만 무턱대고 아무 회사채를 사는 것은 자칫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반기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가 쏟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투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공사채 물량만 31조원이 넘는데 그중 40%가 한전채 물량이다. 한국전력은 당장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없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국전력의 적자는 2분기 말 기준 41조원에 달한다. 이는 한전채 물량이 지속해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온기 도는 회사채 시장…하반기 물량 쏟아지나

이달 다시 회사채 시장이 붐비기 시작한 것은 채권시장 금리가 크게 낮아진 영향이다. 신용등급 AA- 회사채(3년물 기준) 금리는 현재 3.4% 수준에서 형성돼, 지난달 25일부터 꾸준히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다. 연초 4.0% 안팎을 맴돌던 것과 비교하면 60bp(1bp=0.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사실상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가 반영된 셈이다.

이달 반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숨을 고르던 회사채 발행시장도 다시 바빠지고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와 SK, SBS의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다시 분주한 일정에 돌입했다. 한국토지신탁(A-)을 비롯해 △S-OIL(AA0) △KB증권(AA+) △HL홀딩스(A0) △한솔테크닉스(BBB+) △키움증권(AA-) △동원산업(AA-) △종근당(AA-) △삼양패키징(A-) △포스코인터내셔널(AA-) 등이 이달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부터 BB+정도다. 회사채 신용등급 AA- 이상을 '우량 등급'이라고 하고, A+ 이하를 '비우량 등급'으로 분류한다. 특히 BB+ 이하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한다. 통상 BBB+~BB+등급은 비우량채라 금리가 높은 편이다.

비우량 등급 회사채 주의보

최근 시장에선 공사채 물량이 쏟아지면서 일반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여 채권 가격 전체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서둘러 자금조달에 나선 SK와 SBS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엔 성공했으나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회사채들은 기업 영업 환경 악화 등에 따라 원금 손실 우려까지 고려해야 한다. 회사채의 경우 국채와 달리 유통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만기 전에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채권 개미들의 무분별한 비우량 등급 회사채 매수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더 큰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우량 등급 회사채보단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우량 등급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하다고 말한다. 비우량 회사채는 영업 환경에 따라 언제든 신용등급이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사의 채권 담당 프라이빗뱅커(PB)는 "아무리 회사채 시장에 돈이 몰리더라도 비우량 등급 회사채를 투자하는 것은 원금 손실 위험이 크다"면서 "하반기 한전채와 우량 등급의 회사채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우량 등급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