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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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초고액자산가 채권 비중 30%→60%…2배 늘었다 [양현주의 슈퍼리치 레시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초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 기술주 랠리로 이익을 얻었다면 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현재 채권 비중을 늘려 안정적인 자산 배분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증시 대폭락 장이었던 지난 2일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 2022년 3월 31일 이후 2년 4개월여 만이다. 현재는 꾸준히 등락 반복하며 2% 후반대~3% 극초반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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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은 높아지는 셈이다. 하반기 미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 높은 이자수익과 더불어 향후 채권 가격까지 올라가게 돼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연준이 금리인하 시사 발언을 한 데다 하반기 빅컷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채권 매입 최적기라는 전언이다. 씨티그룹과 JP모건 등 월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초고액자산가들은 변동성 장세 이후 전체 자산에서 채권 비중을 크게 늘렸다. 박근배 신한투자증권 투자상품솔루션부 상무는 "초고액자산가 중 주식과 채권 비중을 7:3으로 분배하는 공격적 투자자들도 지금은 5:5 혹은 4:6 수준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에 대비해 시세차익과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는 표면금리가 낮은 '저쿠폰 미국 국채 장기물'이나 '장기 우량회사채'에 대한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현행법상 채권은 이자소득에만 과세가 이뤄지고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자산규모가 큰 초고액자산가들의 경우 매매차익에 집중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가 낮아진 점도 초고액자산가들이 채권 비중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고 가정하지만, 최근 3년간 이런 역의 상관관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며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이 이뤄졌지만 동시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증시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오르고 내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주식과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며 초고액자산가들이 자산 배분 효과를 높이기 위해 채권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일부 자산가들 사이에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기존에 들고 있던 장기 채권 일부를 매도하고 단기 채권을 새로 사들인다는 것이다. 비과세 대상이었던 매매차익이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만기수익률 5% 수준의 장기 채권의 경우 최근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서 수익률보다 매매차익이 높게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미 대선 이후 변화된 상황에 맞춰 사용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대선 이전에 만기가 되는 초단기채 투자 비중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파킹용으로 채권을 이용한 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리밸런싱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변동성 장세에선 자산 배분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예비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