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
테슬라 모델3
“중고 모델3를 2만2000달러(약 2900만원)에 살 수 있습니다. 새 차와 큰 차이도 없어요.”

테슬라가 주도한 전기차 가격 인하 바람이 중고 전기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시장 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내 중고 전기차 판매는 올해 상반기 70% 급증했다.

중고 전기차의 인기는 저렴한 가격 덕분이다. 지난 2월 중고 전기차의 평균 판매가는 처음으로 중고 내연기관차보다 낮아졌다. 6월엔 평균 2만8000달러(약 3700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뉴저지의 중고차 영업 매니저인 스콧 섀넌은 “테슬라가 가격을 낮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중고 전기차가 가솔린차보다 더 빨리 팔린다. 들어오고 일주일이면 나간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 중고 전기차와 중고 내연기관차의 평균 판매가격 비교. 지난 2월 처음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이 중고 내연기관차보다 낮아졌다. /iSeeCars.com
미국 시장 중고 전기차와 중고 내연기관차의 평균 판매가격 비교. 지난 2월 처음으로 중고 전기차 가격이 중고 내연기관차보다 낮아졌다. /iSeeCars.com
여기에 세제 혜택이 한몫했다. 2022년 통과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새 전기차뿐 아니라 중고 전기차에도 보조금이 적용된다. 가격 2만5000달러(약 3300만원) 이하에 연식 2년 이상 중고 친환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4000달러(약 530만원) 세액공제를 받는다. 미국산 제조 등 신차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조건도 없다.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혜택이다.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르테 마데라에 있는 테슬라 스토어에 주차된 차량들. /AFP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코르테 마데라에 있는 테슬라 스토어에 주차된 차량들. /AFP
중고 전기차의 공급이 늘어난 것도 수요를 촉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중고 전기차의 재고는 2021년보다 4배가량 많다. 테슬라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중고차 매물도 늘어난 까닭이다. 테슬라는 2019년 이후 북미 시장에서 200만대를 팔았다.

보통 특정 브랜드의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신차가 안 팔리거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전기차가 대중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가장 큰 장애물이 가격이었다”며 “중고 전기차의 인기는 완성차 업체가 더 저렴한 모델을 제공하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긍정적 신호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테슬라가 유일하게 공개한 차세대 차량 이미지. 모델3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없다.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
테슬라가 유일하게 공개한 차세대 차량 이미지. 모델3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없다.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가 저가형 모델을 내놓는다면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에 빠진 전기차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 상반기 더 저렴한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차량은(가칭 모델2) 모델3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게 생산할 예정이다.

월가 역시 모델2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리 블랙 퓨처펀드 대표는 지난 2일 “테슬라의 2만5000~3만달러 소형차는 2020년 모델Y 출시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차량 가격 3만달러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델Y는 테슬라의 간판 모델로 지난해 글로벌 차량 판매 1위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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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