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300년이 넘도록 글로 된 규칙이 없었다는 사실 [최진하의 골프룰 탐구]
골프는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져있다. 14세기 무렵 단순한 놀이였던 골프는 15세기쯤 인기 놀이로 자리잡았다. 1457년 스코틀랜드 국왕 제임스 2세가 '축구와 골프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다. 잉글랜드와의 전쟁을 대비해야하는데, 남자들이 활쏘기 훈련 대신 축구나 골프에 빠져 있다는 이유였다. 최초의 여성 골퍼로 꼽히는 스코틀랜드의 메리여왕은 남편이 사망한지 3일 만에 골프를 쳤다고 한다.

글로 된 최초의 골프규칙은 1744년 나왔다.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이 성문화된 규칙이 나오기 전까지 거의 400년간은 골프규칙이 없었던 걸까?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골프는 1대1 매치플레이, 둘만의 대결로 진행됐다. 볼이 놓여있는 자리에서 플레이할 수 없을 때에는 자신의 볼을 집어 들고 “졌다”고 선언한 뒤 다음 홀로 넘어가면 그 뿐이었다. 두 당사자간 해결이 안되면 클럽의 최고 권위자인 캡틴에게 의뢰해 분쟁을 해결했다. 명문화된 규칙이 없었기에 관습과 전통이 중요했다.
골프는 300년이 넘도록 글로 된 규칙이 없었다는 사실 [최진하의 골프룰 탐구]
글로 쓰여진 골프규칙은 왜 필요해졌을까. 우선 볼이 놓여 있는 상황이 다양해졌다. 물에 빠지고, 잃어버리고,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등 경우의 수가 많아져 경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졌다. 클럽의 회원이 많아지면서 다수가 모든 홀의 타수를 합쳐 대결하는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이 등장한 것도 규칙의 필요성을 키웠다.

클럽의 최고 권위자인 캡틴, 즉 '클럽 챔피언'을 선발하기 위한 경쟁은 규칙의 필요성을 키웠다. 1744년의 최초 성문 골프규칙도 클럽 챔피언 선발 대회를 위해 탄생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 내에 클럽이 늘어나면서 클럽간 경쟁도 생겨났다. 때마침 등장한 기차는 클럽간 왕래를 도왔고, 스코틀랜드를 넘어 영국 전역으로 클럽간 경쟁이 확대됐다.

경쟁의 제도화가 곧 규칙이다. 경쟁에 따른 분쟁의 해결 근거가 필요해지면서 글로 쓰여진 규칙이 만들어졌다. 명문화된 규칙이 생기면서 골프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가 됐다. 규칙 속에서 승부는 정당해지고, 우승자는 권위를 인정받는다.

문제는 규칙대로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때로는 규칙을 몰라서, 때로는 규칙을 알더라도 따르지 못하기도 한다. '명랑골프'에서 짧은 거리 퍼트에 주는 컨시드(일명 오케이), 무조건 첫 홀 스코어를 파로 적는 '일파만파'가 대표적이다. 규칙대로 플레이하자고 주장할지, 웃으며 넘어갈지 마음 속 갈등을 겪어본 골퍼들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이 라운드 도중 경험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골프규칙 Q&A'를 시작하고자 한다. 관례를 따르는 친선골프든, 규칙을 엄격하기 지키는 경쟁 골프든 어떤 상황도 환영한다. 강호에서 골프를 즐기는 독자 여러분이 규칙에 맞는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질문을 기대한다. /최진하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골프규칙을 알면 골프가 쉽다' 저자
골프는 300년이 넘도록 글로 된 규칙이 없었다는 사실 [최진하의 골프룰 탐구]
최진하 전 KLPGA 경기위원장이 '최진하의 골프피크닉' 연재를 시작합니다.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을 지냈고, 2023년까지 KLPGA 경기위원장으로 활동한 국내 최고 골프규칙 전문가입니다. 국내외 유명 대회에서의 골프규칙 적용 사례를 소개하고, 골프규칙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에 답을 제공하는 골프규칙 Q&A도 운영합니다. delinews@hankyung.com으로 라운드에서 경험한 다양한 궁금증을 보내주시면 최 전 위원장이 한경닷컴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