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투자 트렌드

눈앞에 다가온 금리인하...ESG 채권에 뭉칫돈 몰려


눈앞에 다가온 금리인하 기대감에 ESG 채권 투자상품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리 하락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특성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결합한 우량 채권형 상품에 투자하려는 이가 증가하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인하 전 채권 투자 막차를 탈 마지막 기회라는 입장과 이미 상승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됐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금융 당국에선 채권투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위험성을 직접 고지하고 나섰다.

금리인하는 기정사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투자자금이 채권형에 쏠리고 있다. 향후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어서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8월 23일 기준 61조4056억 원으로, 한 주 전(60조2706억 원) 보다 1조1350억 원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8조6690억 원으로, 일주일 새 53억 원 줄었다. 주식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인 가운데 기준금리 기대감에 채권투자에 자금이 집중된 셈이다.

실제 한·미 양국의 금리인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연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치권 압박에 한국은행도 조만간 금리인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8월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면서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2월 금리인상을 멈춘 후 열세 차례(약 1년 7개월) 연속이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이미 금리를 내렸거나 인하를 사실상 예고한 상태에 한국만 나 홀로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덩달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내수 부진 현상 등 현실적 고려가 조금 있어야 하지 않냐는 판단이 있다”고 한은을 압박했다. 시장에서는 스트레스 DSR 등이 도입되는 9월을 지나 10월께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돈 몰리는 상품 살펴보니

특히 우량 채권형 상품으 로 꼽히는 ESG 채권투자 상품에 뭉칫돈이 유입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SG 채권형 펀드(총 20개) 수탁고는 한 달 새 3200억 원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ESG 주식형 펀드에서는 약 200억 원이 순유출되며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다. 한국투자 크레딧포커스 ESG펀드는 지난 2008년 출시된 이후 15년간 운용 중인 상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자체 개발한 크레디트 투자 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A등급 이상 국내 우량 크레디트 채권을 선별해 투자한다. 편입 자산 선별 과정에는 개별 기업의 영업실적, 현금흐름, 재무안정성, 지배구조 등이 반영된다.

지난 2020년부터는 지속가능한 수익률 창출을 위해 ESG 투자전략도 더했다. 자체 ESG 스코어링을 통해 재무 성과와 함께 비재무적 요인인 ESG 등급을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 ESG 관련 리스크가 낮은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삼성ESG밸류채권펀드도 뒤를 이었다. ESG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산업군 투자는 배제하고 ESG 활동에 높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기업어음 포함)에 신탁재산의 6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 중에서는 KODEX 미국종합채권ESG액티브(H)가 투자자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미국 종합채권 지수인 Bloomberg US Aggregate Bond Index에서 ESG에 문제가 있고 상당한 매출을 군수산업, GMO, 도박 및 담배 등에서 발생하는 기업을 제외한 지수인 Bloomberg MSCI US Aggregate SRI Index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채권투자 시 주의점은

채권투자 시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채권 투자자들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서둘러 ‘위험성’을 고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채권투자 관련 유의사항’을 배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채권은 확정 이자를 지급하는 만큼 안정적 투자처로 여기지만, 발행자의 신용이나 시장금리 변동, 채권 만기 등에 따라 수익 변동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은 미래에 받을 원금과 이자를 미리 정해놓은 유가증권이다. 미래에 받을 배당금을 알 수 없는 주식과 달리 수익이 고정돼 있지만, 채권 발행자가 부도·파산하면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경우 발행 회사의 신용등급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퇴직금으로 표면금리 3%, 액면가 1억 원인 만기 12년 채권에 투자한 60대 A씨는 생활자금 부족으로 채권 만기 전 채권을 팔고자 했지만 채권투자 시점보다 시장금리가 1%p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9.95%, 995만 원 하락한 9005만 원이 됐고, 이 가격에 채권을 팔면서 A씨는 원금 일부를 잃었다.

금융당국은 “만기 전 채권을 처분할 때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격이 내리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만기가 길고 이자율이 단기채보다 높은 장기채는 가격 변동성도 큰 만큼 투자 위험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천천히 내리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고, 외려 금리가 오르면 매매 손실이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국채는 환율을 잘 살펴야 한다. 미국 금리인하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원달러환율이 내릴 경우 원화로 환산한 수익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장기채를 거래소가 아닌 증권사가 직접 중개하는 장외 채권으로 매수할 경우 해당 금융사가 중도 매도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미국 장기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일간 수익률의 2∼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시장 변동성이 크고 보유 기간이 길수록 복리 효과로 손실이 커지는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