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김택진 공동대표(왼쪽)와 박병무 공동대표(오른쪽).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공동대표(왼쪽)와 박병무 공동대표(오른쪽).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 시리즈에 의존해왔던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오픈월드’를 낙점했다. 이 회사 강점인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 역량을 활용해 유럽, 미국에서 인기 있는 공상과학(SF) 기반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오픈월드 기반 MMORPG를 제작하기로 하고 개발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오픈월드는 정해진 동선 없이 이용자가 게임 속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한 장르다. 경쟁보다는 플레이의 자유도를 중시하는 유럽, 미국 등에서 인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89억달러(약 11조8400억원)를 낸 미국 테이크투인터랙티브의 ‘GTA’ 시리즈가 이 장르의 대표격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의 오픈월드 도전이 서구권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가 제작하려는 게임이 SF 장르의 일종으로 암울한 미래를 다루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도 오픈월드처럼 유럽·미국 게이머들의 주목도가 높은 소재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지난 21일 독일 쾰른에서 열린 행사인 ‘게임스컴 2024’에 참가해 “유럽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픈월드는 개발 난도가 높다. 이용자의 자유도를 보장하려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수다. 엔씨소프트는 사냥, 생존 등의 요소를 살려 게임 자유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오픈월드 게임에선 콘텐츠 몰입도를 더하기 위해 가상세계를 얼마나 섬세하게 구현하느냐도 중요하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한 ‘쓰론앤리버티(TL)’, 내년 출시 예정인 ‘LLL’ 등으로 고품질 그래픽을 선보인 경험이 있다.

엔씨소프트로선 후속작 성공이 절실하다. 리니지 시리즈에 치우친 사업 구조가 계속되면서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 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가 줄었다. 오는 10월 1일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해외 유통하기로 한 TL은 국내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9월 출시했던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는 오는 28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6월 출시했던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도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픈월드에 도전하는 건 엔씨소프트만이 아니다. 카카오게임즈의 개발 자회사인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도 오픈월드 게임인 ‘갓 세이브 버밍엄’을 개발하고 있다. 중세와 좀비를 소재로 썼다. 펄어비스는 오픈월드 액션 게임인 ‘붉은사막’의 개발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테이크투인터랙티브도 ‘GTA6’을 내년 가을 내놓는 게 목표다. 엔씨소프트는 28일 한국, 일본, 대만 시장에 출시하는 수집형 MMORPG ‘호연’을 출시해 반전을 노린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