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먹방 인플루언서가 살아있는 말벌을 먹었다가 얼굴이 퉁퉁 부은 영상. / 사진=더우인
중국의 한 먹방 인플루언서가 살아있는 말벌을 먹었다가 얼굴이 퉁퉁 부은 영상. / 사진=더우인
길어지는 폭염에 말벌 개체군이 급증하면서 '벌 쏘임' 사고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25일 소방청 구조활동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벌 쏘임 사고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1365건)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연평균 6213건이 발생했다. 이어진 8월(평균 1829건·29.4%), 9월(1764건·28.4%)에 전체 사고 57.8%가 쏠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벌 쏘임 사고는 2815건으로 예년 2011건 대비 40%가량 늘었다. 말벌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6~7월에는 50% 가까이 증가했다. 사고로 인한 심정지 환자는 2020년 7명, 2021년 11명, 2022년 11명, 2023년 11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달 8일 기준 벌써 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올해 7월까지의 벌 쏘임 사례 중 사고 발생 장소를 분석해 보면 37.3%인 1049명이 '집'에서 쏘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바다·강·산·논밭이 24.8%(697명)로 뒤를 이었다.
 9일 대전 대덕구 읍내동 농가에서 대덕소방서 소속 소방대원들이 말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 사진=뉴스1
9일 대전 대덕구 읍내동 농가에서 대덕소방서 소속 소방대원들이 말벌집을 제거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박원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벌에 쏘였을 때 핀셋이나 손으로 눌러 짜내려고 하면 잘 빠지지도 않고 독낭에 남아있던 독이 추가로 주입될 수 있으므로, 신용카드와 같은 편평하고 단단한 것을 이용해 1분 이내에 긁어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국소적 증상(부종 및 통증)에는 얼음찜질이나 소염제 등이 도움이 되지만, 전신적인 증상이 시작되는 조짐을 보이면 즉시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또 소방청에 따르면 벌은 어두운 계통의 옷,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에 더 큰 공격성을 보이기 때문에 야외활동 시에는 흰색 계열의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향수나 향이 진한 화장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벌집과 접촉했을 때는 머리 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피해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신속하게 벌침을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얼음주머니 등으로 찜질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벌독 알레르기로 인한 과민성 쇼크가 발생할 경우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림, 구토와 설사, 호흡곤란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119에 신고 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재운 소방청 구조과장은 "예년에 비해 벌 쏘임 사고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야외활동 시 벌들의 위협으로부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벌에 쏘였을 때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과민성 쇼크가 발생하면 1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속히 119에 신고하길 바란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