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 배우 김규리. / 사진=연합뉴스, 한경DB
홍준표 대구시장, 배우 김규리. / 사진=연합뉴스, 한경DB
홍준표 대구시장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 지 만으로 1년이 지난 24일 "괴담 정치로 국민을 선동해 무엇을 노리는 것이냐"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광우병 사태 당시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렸던 배우 김규리(개명 전 김민선)도 직격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광우병 괴담으로 나라를 온통 혼란으로 몰아넣고 책임지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 '미국산 소고기 먹느니 청산가리 먹겠다'던 그 개념 연예인은 개명하고 아직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네티즌들이 김규리를 '개념 연예인'으로 치켜세운 것을 비꼰 것이다.

홍 시장은 "사드 괴담으로 노랑머리 가발 쓰고 '내 몸 타들어 간다'고 하고, 심지어 성주 참외도 사드 참외라서 못 먹는다고 선동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냐"면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괴담 선동도 1년이 됐는데, 이제는 그 오염수가 5~10년 후 온다고 선동한다. 괴담 정치로 국민을 선동해 나라의 혼란을 초래해 무엇을 노리나. 꼭 그렇게 정치해야 되겠냐"고 했다.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2차 해양 방류를 시작한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오염수 괴담을 믿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 2차 해양 방류를 시작한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오염수 괴담을 믿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방류 1년을 맞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괴담 선동 정치'를 사과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1년간 국내 해역,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4만96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으며, 야당의 선동 때문에 혈세 1조6000억원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또 국민 공포감 증가와 국론 분열은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3일 "과학적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민주당이 했던 말 중 실현된 건 하나도 없다. 그런 괴담 때문에 우리 수산업 어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무책임한 괴담 정치에 애꿎은 어민들만 공포에 떨어야 했다"며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괴담 정치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를 이끌었던 성일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빠르면 4~5년이나 10년 후에는 방사능이 우리 바다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는데, 그 말대로라면 현재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 어딘가엔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제안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곳 어디든, 원하는 만큼 시료를 채취해 양당 입회하에 방사능 수치를 검사해보자"고 했다.
배우 김규리가 2008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
배우 김규리가 2008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린 글.
한편, 홍 시장이 이날 직격탄을 날린 김규리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5월 1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LA에서조차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고 적었다.

이후 보수 진영으로부터 종종 비판을 받아왔던 김규리는 올해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씌워진 '정치 프레임'에 대해 '피해자'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프레임 안에 넣고 재단하면 '쟤는 저런 애야'라고 판단하고 넘어가는 데 우리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너는 이런 애'라고 해도 나도 내 인생을 모른다"며 "쉽게 나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저렇게 말하는 것 같다. 대중에 어떻게 보여지는가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걸어오면서 이게 숙명인가 생각한다"고 했다.

광우병 사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한 질문에는 "그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 피해를 많이 봤다"며 "얼마나 이슈가 없으면…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고 답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