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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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된 CCTV 영상이 동의 없이 촬영됐다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어졌다. 다만 원본과 동일성을 인정받지 못해 1심 선고는 유지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재판장 강희석)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 50대 A씨와 60대 B씨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업체 소속이던 A씨는 2020년 11월 산모 C씨의 집에서 무릎을 접고 앉은 채 생후 10일 된 신생아 머리를 왼쪽 허벅지에 올려두고 다리를 심하게 흔들며 영아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제출된 CCTV 영상에 학대 정황이 담겼어도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고지하지 않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위법하게 수집된 영상이라도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범행은 은밀히 이뤄지지만 피해자인 영아는 스스로 방어하거나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말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일부 사생활이 침해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의 선고가 바뀌진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CCTV 영상의 재생속도가 실제보다 빨랐다는 점에 비춰 아이를 흔들어 학대했다는 공소사실의 성격상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영상이 1.5∼2배 빠른 속도로 재생돼 원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사본이라고 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은 돌봄을 넘어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신체적 손상을 주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