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
“생큐, 조!”

농구팀 시카고 불스의 홈구장인 유나이티드센터가 떠나갈 듯했다.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 들어서자 수천 명 당원의 연호가 5분 넘게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 가지 의미로 풀이했다. 첫 번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년간 백악관을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하고, 두 번째는 ‘대선 후보 사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린 데 박수를 보낸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대통령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다시 누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에서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다가 중도 사퇴한 경우는 희귀하다. 1968년 ‘건강’을 이유로 사퇴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바이든은 몰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 용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6월 27일 밤 엉망이었던 TV 토론 이후 급락하던 지지율에도 그는 애초 물러날 의사가 없었다. “주님이 관두라면 관두겠다”며 여러 차례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정치적 동반자인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 젠 오맬리 딜런 선거대책위원장 등 측근으로부터 자신의 승리를 점치는 정보만 보고받고 있었다.

거기에 개입한 게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펠로시 전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해 여론조사, 기부금 액수 등을 볼 때 승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 등을 언급하자 “도닐런을 바꿔달라”고 했다고 썼다. 보도가 나간 뒤 펠로시 전 의장은 통화를 부인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월가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펠로시 전 의장은 ‘도닐런 등이 부정적 정보를 차단해서 대통령이 정확한 상황 인식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뭘 보고하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이들이 올바른 정보를 올려 보내자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날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신뢰하던 측근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던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한다면 자신부터 권력을 잃게 될 테니 말이다.

야당, 언론 자주 만나야

최고 권력의 눈과 귀를 막는 이는 항상 똑같다. 최측근에서 듣기 좋은 아부를 일삼는 ‘예스맨’들이다. 과거 왕조 시대에는 환관과 처가 일족 등이 그랬고 지금은 핵심 참모들이 그렇게 한다. 그 결과는 잘못된 판단, 지지율 급락 그리고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진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결정의 순간에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의 용단은 리더십의 본질을 보여준다. 최고 권력자의 판단은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 지도자는 자신을 둘러싼 친밀한 인연보다 냉철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정보와 비판적 관점을 중시해야 한다.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주변을 장악한 ‘예스맨’이나 가족보다 반대와 쓴소리를 하는 야당, 언론을 자주 만나야 한다.

펠로시 전 의장의 정치적 감각, 바이든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 능력은 민주당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에 도전할 기회를 다시 만들어냈다. 때로는 비판적인 조언도 서슴지 않는 ‘레드팀’을 대통령 곁에 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