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지수보다 못해"…배당성장 ETF 인기 뚝 [맹진규의 글로벌 머니 플로우]
국내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은 미국 배당성장형 상장지수펀드(ETF)의 글로벌 자금 순유입액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는 꾸준히 매수하고 있지만 현지 시장에서는 외면받는 추세다. 미국 증시가 반등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최근 수익률이 지지부진한 데다 커버드콜 ETF 등 다른 연금투자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ETF닷컴에 따르면 미국 대표 배당성장 ETF인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에 올 들어 약 15억790만달러(약 2조144억원)가 순유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4억3639만달러)과 비교하면 순유입액이 72% 급감했다. SCHD의 자금 순유입액은 2021년 98억6662만달러에서 2022년 154억79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인 2023년 68억6819만달러로 반토막 나며 감소하는 추세다.

이 ETF는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슈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는 SCHD를 3억57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전체 순유입 금액의 23.6%에 달한다.
"S&P지수보다 못해"…배당성장 ETF 인기 뚝 [맹진규의 글로벌 머니 플로우]
SCHD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는 것은 그간 미국 증시가 활황인 가운데에서도 수익률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SCHD는 올 들어 7.3%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S&P500지수(17.4%), 나스닥지수(19.3%)와 비교했을 때 성과가 좋지 않았다. 기간을 최근 5년으로 늘려봐도 S&P500지수가 95%, 나스닥지수가 127% 상승하는 동안 SCHD 수익률은 59% 오르는 데 머물렀다. 배당성장률이 높다는 게 장점이지만 최근 10년간 배당수익률도 3.3%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커버드콜 ETF가 SCHD의 자리를 꿰찼다. 대표적인 상품이 ‘JP모간 에퀴티 프리미엄 인컴’(JEPI)과 ‘JP모간 나스닥 주식 프리미엄 인컴’(JEPQ)이다. 각각 S&P500과 나스닥1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상품으로, 배당수익률이 연 10%에 달한다. 특히 JEPQ에는 올 들어 59억10만달러가 순유입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체 주식형 ETF 중 순유입액 9위에 올랐다. 고배당을 받으면서 나스닥지수 상승분도 일부 취할 수 있다는 게 인기 비결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SCHD의 장기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코앞에 둔 사람이 아니라면 SCHD 비중을 줄이고 미국 대표지수형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편이 수익률 측면에서 낫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