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SK그룹을 형으로부터 승계한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선 지 6년 만인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MS)을 구축했다. SK만의 경영 원칙을 담은 이 시스템은 지금도 ‘SK 헌법’으로 불리며, 위기 돌파의 밑거름으로 작동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 수뇌부가 최 선대회장의 26주기를 맞아 SKMS를 강조하고 나섰다.
"SKMS로 10배 성장"…최종현의 위기 돌파 정신 다시 배운다
최 선대회장의 26주기 추모식이 열린 지난 24일 최 회장을 포함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SK 관계자는 “20주기 등 특별한 해에는 그룹 차원의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작년처럼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러졌다”며 “다만 선대회장이 정립한 SK만의 DNA를 구성원들이 다시 한번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미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사업 재편을 단행 중이다. 최 회장은 특히 인공지능(AI) 시대 도래 등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는 만큼 SKMS를 통한 회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8년 작고한 최 선대회장은 ‘생전에 이룬 것 중 최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늘 SKMS를 언급했을 정도로 SK의 경영 시스템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최 선대회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KMS에 대해 “구성원들이 경영에 대한 이해를 달리하게 되면 경영의 목적과 방향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의사결정을 그르쳐 올바른 경영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KMS의 대원칙은 ‘초일류 추구’ ‘구성원의 지속적 행복’ ‘이해관계자의 행복’ 등이다. SK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서 SK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도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핵심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1998년 매출 32조4000억원이던 SK그룹은 지난해 매출 200조원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SK는 SKMS를 한 단계 진화시켜 새로운 원칙과 일상에서의 실천 방안 등을 고안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지난 18~21일 열린 이천포럼에서 “SKMS는 그룹의 많은 멤버사와 구성원에게 공통적인 교집합 역할을 한다”며 “변화의 시기를 맞을 때마다 SKMS를 다시 살펴보며 우리 그룹만의 DNA를 돌아보고, 앞으로 가야 하는 길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K그룹은 지난 5월 말 임직원을 대상으로 ‘SKMS 실천에 대한 인식조사’를 해 SK에 대한 인식 및 개선 방안과 관련한 목소리를 청취했다.

SK 관계자는 “최근 SK 성장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등 다른 외부 요소가 역할을 했다는 시선도 있지만 성장 핵심은 SKMS였다”고 강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