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中서 번 돈, 국내 투자·배당하겠다"
오리온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9년 만에 처음으로 현지 법인에서 배당금을 받았다.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법인에서 받은 배당금을 충북 진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오리온 주주 배당을 늘리는 데 쓸 방침이다. K푸드 확산 속에서 한국 식품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국내에 재투자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사진)은 25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에 재투자하고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경영자로서 뿌듯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제과 부문 M&A 추진”

오리온 "中서 번 돈, 국내 투자·배당하겠다"
오리온 중국 법인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은 지난달 말 배당금 1335억원을 오리온에 지급했다. 오리온이 중국 계열사에서 배당금을 받은 것은 1995년 첫 중국 법인을 세운 후 처음이다. 오리온은 작년부터 베트남법인에서도 배당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배당금 1112억원을 받은 데 이어 올 4월엔 415억원을 수령했다. 오는 11월 예정된 추가 배당까지 합하면 올해 배당금은 1038억원이다. 연말까지 2년간 중국과 베트남 법인에서 받는 배당금은 3485억원에 이른다.

허 부회장은 “중국에서 매년 1조2000억원 안팎의 매출과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중국 내 설비투자는 완료된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배당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초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옛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에 들어간 5500억원과 이번 배당을 합하면 올해만 약 7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됐다. 허 부회장은 “현재도 중국에 3500억원 이상의 잉여금이 있다”며 “해외 사업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먼저 해당 국가 투자와 사업 확장에 쓰고 잉여금은 국내 사업 확장, 주주환원,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오리온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진천의 18만8430㎡ 부지에 제과·포장재 공장과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르면 연내 착공한다. 허 부회장은 “경기 안산 포장 공장, 수지 물류센터도 모두 진천으로 옮겨 생산·포장·물류 기지를 통합해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오리온 배당도 늘린다. 오리온은 올해 2월 배당성향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추가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허 부회장은 “식품, 제과 등 오리온 사업과 관련해 국내외 매물을 계속 보고 있다”며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인도 시장 확대 집중”

허 부회장은 해외 사업에 대해선 “인도 시장의 기반을 닦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2021년 인도 라자스탄주에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현지 판매망을 확대하며 인도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스낵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파이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등 인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 부회장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급성장하는 미국 시장에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1020세대 사이에서 오리온 꼬북칩과 초코송이의 인기가 높다. 지난해 꼬북칩의 미국 매출은 120억원. 올해는 2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허 부회장은 “미국에서 단일 제품 매출이 연 400억원을 넘어서면 현지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현지법인 조직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