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너무 비싸면 산업 현장과 자영업자를 파고들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게 ‘구독 모델’이다. 대상은 로봇튀김기, 서빙 로봇, 물건을 들어 쌓아주는 로봇팔 등 사람이 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협동로봇이다. 가격대가 5000만~8000만원인 이 로봇들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매달 수십만원가량 구독료를 내고 쓰는 방식이다.

우아한형제들 자회사인 비로보틱스는 1400만원짜리 서빙로봇을 월 29만9000원에 대여해준다. 2300여 개 매장에서 로봇 3500여 대를 빌려 쓰고 있다. 하루로 치면 9700원에 서빙 직원을 구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빙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자영업자의 구독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수요가 늘자 공급 물량이 확대된 덕이다. 두산로보틱스 로봇튀김기는 작년만 해도 6000만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5000만원대 수준이다. 치킨집 등 종일 튀김을 하는 사업장은 이 로봇을 들이면 직원 1명 인건비(연봉·4대 보험·수당 포함 4000여만원)를 1년 6개월 안에 뽑는 셈이다. 생산 제품을 팰릿에 차곡차곡 쌓는 팰리타이징 로봇팔 가격은 8000만원대. 2년 내로 투자비를 건질 수 있다. 용접용으로 쓰는 협동로봇은 4000만~500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중국 로봇은 훨씬 저렴하다. 최소 기능만 넣은 기본 모델은 1000만원도 안 된다. 소프트웨어를 내장한 솔루션 형태의 제품도 대체로 한국보다 싸다. 중국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는 최근 2000만원짜리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공개했다. 키 1m31㎝, 몸무게 35㎏으로 23개 동작을 할 수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