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가장 깊숙이 침투한 분야는 산업 현장이다. 단순·반복적이면서 위험한 업무가 많아서다. 하지만 로봇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데다 업무 범위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정에서 쓰는 개인 서비스 로봇 시장이 활짝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로봇 제품 생산 규모는 5조5265억원으로 2020년(5조280억원)보다 9.9% 증가했다. 이 중 절반인 2조7319억원은 산업 현장에서 쓰는 제조용 로봇이다. 물건을 쌓고 내리는 팰리타이징 및 디팰리타이징 로봇이 대표 제품이다. 5분 만에 30㎏ 박스 100개를 쌓는 만큼 사람보다 생산성이 높을 뿐 아니라 부상 위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적재 작업은 근무자가 가장 기피하는 공정”이라며 “사람이 팰리타이징하면 주문이 몰려도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웠지만, 로봇을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화낙, 덴마크 유니버설로봇, 한국 두산로보틱스 등이 제조한다.

무인운반로봇(AGV)은 팰리타이징한 물건을 필요한 공정에 옮겨주는 일을 맡는다. 이영호 현대무벡스 연구개발(R&D)센터장은 “정확도와 효율 측면에서 사람은 AGV의 생산성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로봇은 건설 현장에도 쓰인다. 숙련공의 업무 패턴을 익힌 시공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대신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는 것도 로봇을 늘리는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일상으로 옮겨 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지난해 573억달러(약 76조원·추정치)에서 2030년 1565억달러(약 208조원)로 세 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로봇 시장은 지금과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농업·의료·물류 등 특정 업종에 쓰이는 전문 서비스용 로봇이 전체의 49%(776억달러)를 차지하고, 가사·돌봄·간병 등 개인 서비스 로봇(27%·436억달러)이 뒤를 잇는다. 산업용 로봇은 16%(253억달러), 협동로봇은 6%(98억달러)에 그친다.

‘서비스 로봇 시장을 잡는 기업이 로봇 시장의 패권을 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서비스 로봇이 제 몫을 하려면 판단 능력과 다양한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똑똑한 인공지능(AI)을 적용한 휴머노이드가 미래 로봇 시장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