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영등포구와 양천구에 주민이 원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단지 내 재가노인복지시설(데이케어센터·방문요양서비스 등), 저류조(하수·오수를 모아두는 저장소)와 같은 지역 필수 시설을 짓는 게 원칙이라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에서 데이케어센터를 거부하는 등 서울시가 요구하는 공공기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목동 재건축 단지, 노인복지시설 넣는다
서울시는 최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원회에서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됐다고 25일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1975년 지상 12층, 4개 동, 576가구로 지어진 대교아파트는 향후 49층, 4개 동, 912가구로 탈바꿈한다.

이번 계획안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서울시와 조합이 합심해 조성하기로 한 공공기여 시설이다. 조합은 주변 학생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체육센터’(실내수영장·골프연습장 등)를 짓기로 하면서 재가노인복지시설도 단지 안에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응해 서울시와 영등포구, 조합이 원만한 협의로 정비계획을 결정한 선례를 남긴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양천구와 영등포구에 ‘문화·체육·공공청사 등 주민 선호 시설과 함께 지역에 필요한 시설(비선호 시설)을 골고루 반영하는 게 원칙’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 데이케어센터를 반대하는 움직임 때문에 1년가량 정비구역 지정이 늦어진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지 가치를 높일 선호 시설을 지으려면 지역 필요 시설도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여기서 필요 시설은 공공주택과 데이케어센터 등 사회적 약자 편의시설, 지하 저류조 등이다. 서울에서 노인요양시설 입소율이 91.6%고 대기자가 1만9062명에 달하지만 관련 시설은 태부족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지역 필요 시설을 넣으려는 서울시 기조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는 여의도와 목동 대부분 단지에 적용될 전망이다. 여의도에선 대교뿐 아니라 광장·목화·삼익 등이, 목동에선 1~3단지와 9·11단지를 제외한 9개 단지가 신속통합기획 자문 절차를 밟고 있다.

목동에선 신속통합기획 자문 일정이 잠정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목동 재건축 이후 기반 시설 수요를 고려해 ‘공공시설 로드맵’을 다시 짜고 있어서다. 목동 내 공급 가구와 거주 인구 증가로 사회복지시설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게 서울시 예상이다. 이미 두 차례 자문을 거쳐 마지막 자문을 남겨 둔 목동14단지는 서울시로부터 장애인복지시설 혹은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