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의원들이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오물풍선 도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가 민간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북전단 금지? 김여정 하명법" vs "주민안전 위해 필요"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20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북전단 살포 규제 관련 내용을 담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법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데 중점을 뒀다. 대북전단을 살포할 때 관할 경찰서장이나 통일부 장관에게 살포 시간과 장소, 내용물 등을 신고하도록 하거나(이재강 민주당 의원 등), 통일부 산하에 접경지역 주민안전보장위원회를 두고 사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윤후덕 민주당 의원 등)이 포함됐다. 야당 의원들은 대북전단이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살포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북전단 금지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처음 국회를 통과해 2021년 시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표현의 제한 범위가 너무 넓고 일률적이며 처벌 정도가 과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야권 의원들은 “새로 발의한 개정안들은 제한 범위를 ‘북한의 적대행위를 유발해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경우’ 등으로 명시하는 등 헌재 판결의 취지를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백승주 국민대 정치대학원 석좌교수는 “북한처럼 국가가 나서서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는 것과 우리나라처럼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리는 건 완전히 결이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광범위하게 허용되는데,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것을 막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2020년 대북전단 금지법도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