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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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기업 통제,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등으로 사모펀드 업계에서 중국의 투자 매력이 급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기에 투자 천국이라고까지 불렸던 중국의 위상이 30여년 사이에 약화한 것이다.

○불확실성 커지자 中 투자 줄여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주요 사모펀드들이 신규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바이아웃 펀드 중 7곳은 올해 한 번도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10개 회사의 신규 투자 건수는 5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규모가 작은 거래였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미국의 사모펀드 중 하나인 워버그 핀커스는 올해 중국에서 거래하지 않았고, 2022~2023년에는 매해 2건의 거래만 체결했다. 2017년 18건, 2018년 15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급감한 사모펀드 투자건수(자료=딜로직,FT)
급감한 사모펀드 투자건수(자료=딜로직,FT)
2021년만 하더라도 글로벌 10대 사모펀드는 중국에서 총 30건의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 열기가 3년 사이에 빠르게 식은 것이다. 국제 대체투자협회(AIMA)의 커 셍리 아시아태평양 공동대표는 “중국은 지정학적 긴장, 규제의 불확실성, 그리고 경제적 역풍으로 인해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장이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는 중국의 빠른 성장이 ‘골드러시’와 같은 결과를 냈지만, 오늘날에는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가) 돋보기와 핀셋으로 금을 찾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디디추싱 사건서 규제리스크 목격

2010년대에 많은 사모펀드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투자를 확대했고 유망 회사들을 뉴욕 증시에 상장시키면서 큰 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2021년 ‘중국판 우버’로 불렸던 차량 호출 앱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IPO) 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강하게 통제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기업의 해외 시장 IPO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확산했다.

당시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 대상이 됐다. 2021년 6월 30일 상장한 지 이틀 뒤부터 중국 정부의 조사가 시작됐다. 명분은 국가 안보 위협이었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이 해외 상장을 시도한 것은 “중요한 데이터를 미국에 갖다 바치려 하는 것”이라는 여론을 조성했다.

규제 당국은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디디추싱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 및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정부가 해외 상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모펀드들이 (IPO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창구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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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미국의 중국 기술회사 투자 제한 등도 사모펀드 투자가 점차 축소되는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양자 컴퓨팅, 첨단 반도체,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컨설팅회사 더 아시아 그룹의 한 린 중국 지사장은 “해외투자 규정 등으로 인해 중국은 점점 더 아주 다루기 어려운 투자 시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