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배당 확대 말고도 해답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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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공시의 해답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만이 아니다. 밸류업 공시에 기업 모두 똑같은 해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으며, 실제적 주가 상승을 위해 해당 기업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한경ESG] 러닝 - ESG클럽 월례포럼
“일본의 파나소닉은 주주 배당액이 전혀 없습니다. 밸류업 리포트의 목표로 영업 현금흐름을 늘리겠다고 했어요. 차입하거나 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고 본인 돈으로 공장을 짓겠다는 거죠. 그게 밸류업 플랜이에요. 그렇게 된다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꼭 밸류업 리포트에 배당 확대 내용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김용범 삼일회계법인 밸류업지원센터장(파트너·사진)은 지난 8월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대한민국 ESG클럽 8월 월례포럼 특강에서 이처럼 말하며 밸류업 공시로 고민 중인 기업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밸류업 공시는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거래소그룹을 벤치마킹해 지난 5월 도입됐다. 앞으로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 밸류업 지수를 만들어 밸류업 공시 기업을 지수에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배당 확대 등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밸류업 공시에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 고민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밸류업 공시에 모두 똑같은 해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으며, 기업 주가 상승을 위해 해당 기업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 2000개 넘는 기업이 이른바 밸류업 공시를 했는데, 살펴보면 주주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 같은 정책이 없는 곳이 많다”며 “대부분 해당 기업의 자본비용, 자본비용과 유사한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밝히고, 배당할 여력은 없지만 기업의 이익을 늘리면서 자본비용을 줄여 투자자에게 많은 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골자”라고 강조했다.
무턱대고 배당을 늘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익이 나는 대로 투자자에게 배당을 주던 국내 한 회사는 자세히 뜯어보니 이자 비용이 너무 높아 배당을 주면서 성장 여력이 없어지고 있던 사례로 언급됐다. 김 센터장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하기 어려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건설·쇼핑·리테일 분야 기업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우리가 돈을 벌어 이렇게 매출을 늘리고 더 좋은 기업이 되겠다고 공시에 논리적으로 얼개를 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공시 시기를 저울질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10∼12월경으로 잡고 준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곳도 있다. 김 센터장은 최대한 올해 안에 밸류업 공시를 할 것을 권했다. 올해 안에 공시 참여율이 높지 않으면 밸류업 프로젝트에 대한 외인의 열기가 식을 것이고, 주주총회 등 기업의 일반 행사에서도 다른 현안보다 더 밸류업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올해 안에 밸류업 공시를 하고 그다음 해 4∼5월경에는 꼭 해당 공시에 대한 이행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시 내용에 대해 디스클레이머(면책 조항)를 잘 만들고 실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불성실 공시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실무적으로는 불성실 공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정정 공시는 꼭 염두에 두고, 만약 하게 되면 내용이 바뀐 당일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월 중순 현재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기업은 15곳이다. 이 중 실제 공시한 기업은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DB하이텍, 콜마홀딩스,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 8곳이다. 특히 에프앤가이드와 메리츠금융지주는 각각 5월과 7월에 공시를 수행하며 이행 평가도 바로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일본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은 회사는 나쁜 회사라는 여론이 조성됐고, PBR 1미만 기업은 밸류업 공시에 거의 참여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72%의 프라임시장 상장기업이 공시에 참여했으며, 결과적으로 밸류업 참여 기업과 미참여 기업 중 참여 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밸류업 참여 기업과 미참여 기업에는 10%p의 주가 상승률 차이가 관측됐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자마자 주가가 바로 올랐다기보다는 기업이 밸류업 리포트를 꾸준히 발간하는 과정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밸류업 공시를 준비 중인 국내 기업이라면 ▲컴플라이언스 동향 ▲지표 선정 및 결론 도출 과정 검토 ▲공시 리스크 관리 등 3가지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시에서 어떻게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것인지, 궁극적으로 어떻게 수익률을 높일 것인지 설득력 있게 논리를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고경영진이 밸류업 계획에 대한 방향성을 잡으면 협의된 목표 달성을 위한 현황 분석 및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이행 평가를 고려한 공시 내용 리스크를 분석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를 모두 수행하면 적어도 2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정을 고려해 공시 계획을 짜야 한다. 김 센터장은 “일본의 벤치마크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계획 수립과 함께 선정된 지표와 회사가 공시할 수 있는 계획에 대한 상세 가이드를 지원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석 서울지속가능경영연구원 원장이 나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탄소국경세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 최 원장은 EU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의 가격 격차가 커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해당 국가와 유럽의 배출권거래제(ETS) 탄소가격 차액만큼 CBAM 인증서를 사게 하는 제도다. 예컨대 자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20유로고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80유로라고 볼 때 나머지 차액 60유로에 대해 과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대상 품목은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가지다.
최 원장은 “현재 한국의 탄소가격이 1만 원대, EU 탄소가격이 10만 원대로 10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지불된 탄소가격이 저평가됐거나 낮게 지불된 차이만큼 EU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데, 국부 유출이 필연적이다”라고 우려하며 “기업에는 어려운 시간이 있을지라도 2026년부터 국내 탄소가격을 10%씩 8년을 증가시키고 유상 할당 100%로 늘리는 방식 등 혁신적 시나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구현화 기자
김용범 삼일회계법인 밸류업지원센터장(파트너·사진)은 지난 8월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대한민국 ESG클럽 8월 월례포럼 특강에서 이처럼 말하며 밸류업 공시로 고민 중인 기업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밸류업 공시는 국내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거래소그룹을 벤치마킹해 지난 5월 도입됐다. 앞으로 기업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 밸류업 지수를 만들어 밸류업 공시 기업을 지수에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배당 확대 등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밸류업 공시에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 고민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러나 밸류업 공시에 모두 똑같은 해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으며, 기업 주가 상승을 위해 해당 기업에 맞는 다양한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 2000개 넘는 기업이 이른바 밸류업 공시를 했는데, 살펴보면 주주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 같은 정책이 없는 곳이 많다”며 “대부분 해당 기업의 자본비용, 자본비용과 유사한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밝히고, 배당할 여력은 없지만 기업의 이익을 늘리면서 자본비용을 줄여 투자자에게 많은 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골자”라고 강조했다.
무턱대고 배당을 늘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익이 나는 대로 투자자에게 배당을 주던 국내 한 회사는 자세히 뜯어보니 이자 비용이 너무 높아 배당을 주면서 성장 여력이 없어지고 있던 사례로 언급됐다. 김 센터장은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하기 어려운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건설·쇼핑·리테일 분야 기업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우리가 돈을 벌어 이렇게 매출을 늘리고 더 좋은 기업이 되겠다고 공시에 논리적으로 얼개를 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밸류업 공시 시기를 저울질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10∼12월경으로 잡고 준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시기를 내년으로 정한 곳도 있다. 김 센터장은 최대한 올해 안에 밸류업 공시를 할 것을 권했다. 올해 안에 공시 참여율이 높지 않으면 밸류업 프로젝트에 대한 외인의 열기가 식을 것이고, 주주총회 등 기업의 일반 행사에서도 다른 현안보다 더 밸류업 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올해 안에 밸류업 공시를 하고 그다음 해 4∼5월경에는 꼭 해당 공시에 대한 이행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시 내용에 대해 디스클레이머(면책 조항)를 잘 만들고 실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불성실 공시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실무적으로는 불성실 공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정정 공시는 꼭 염두에 두고, 만약 하게 되면 내용이 바뀐 당일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8월 중순 현재 밸류업 계획을 내놓은 기업은 15곳이다. 이 중 실제 공시한 기업은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DB하이텍, 콜마홀딩스,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등 8곳이다. 특히 에프앤가이드와 메리츠금융지주는 각각 5월과 7월에 공시를 수행하며 이행 평가도 바로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일본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은 회사는 나쁜 회사라는 여론이 조성됐고, PBR 1미만 기업은 밸류업 공시에 거의 참여했다. 지난 5월 말 기준 72%의 프라임시장 상장기업이 공시에 참여했으며, 결과적으로 밸류업 참여 기업과 미참여 기업 중 참여 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 밸류업 참여 기업과 미참여 기업에는 10%p의 주가 상승률 차이가 관측됐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자마자 주가가 바로 올랐다기보다는 기업이 밸류업 리포트를 꾸준히 발간하는 과정에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밸류업 공시를 준비 중인 국내 기업이라면 ▲컴플라이언스 동향 ▲지표 선정 및 결론 도출 과정 검토 ▲공시 리스크 관리 등 3가지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시에서 어떻게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것인지, 궁극적으로 어떻게 수익률을 높일 것인지 설득력 있게 논리를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고경영진이 밸류업 계획에 대한 방향성을 잡으면 협의된 목표 달성을 위한 현황 분석 및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이행 평가를 고려한 공시 내용 리스크를 분석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수월하다. 이를 모두 수행하면 적어도 2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정을 고려해 공시 계획을 짜야 한다. 김 센터장은 “일본의 벤치마크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계획 수립과 함께 선정된 지표와 회사가 공시할 수 있는 계획에 대한 상세 가이드를 지원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석 서울지속가능경영연구원 원장이 나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탄소국경세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 최 원장은 EU와 한국의 배출권거래제의 가격 격차가 커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해당 국가와 유럽의 배출권거래제(ETS) 탄소가격 차액만큼 CBAM 인증서를 사게 하는 제도다. 예컨대 자국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20유로고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80유로라고 볼 때 나머지 차액 60유로에 대해 과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대상 품목은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전기 등 6가지다.
최 원장은 “현재 한국의 탄소가격이 1만 원대, EU 탄소가격이 10만 원대로 10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지불된 탄소가격이 저평가됐거나 낮게 지불된 차이만큼 EU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데, 국부 유출이 필연적이다”라고 우려하며 “기업에는 어려운 시간이 있을지라도 2026년부터 국내 탄소가격을 10%씩 8년을 증가시키고 유상 할당 100%로 늘리는 방식 등 혁신적 시나리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구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