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한국 개인투자자·기관투자가가 굴리는 해외 주식·펀드 투자 잔액이 9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수익을 좇아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개미가 갈수록 늘어난 데다 매입한 엔비디아를 비롯한 나스닥 시장 종목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영향이다.

26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 등에 따르면 개인·기관이 보유한 해외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 잔액은 올 6월 말 기준 6920억1240만달러(약 920조376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말(6228억2420달러)에 비해 691억8820만달러(약 92조원) 증가한 금액이다.

해외 지분증권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두 가지다. 개인·기관이 사들인 미국 주식 잔액이 크게 불어난 결과다.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사들인 해외 주식이 291억달러(약 38조7030억원)에 달했다. 두 번째는 미국 나스닥 지수 등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보유 주식 평가차익으로 401억달러(약 53조3330억원)를 거둔 결과다. 미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상반기까지 18.12%나 뜀박질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주로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를 쓸어 담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 해외 주식은 미국 엔비디아로 17억8281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테슬라(10억794만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5억4108만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장기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TLT·4억6767만달러), 엔비디아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따라가는 '그래닛셰어즈 2배 롱엔비디아 데일리'(NVDL·4억453만달러)도 적잖게 사들였다.

한국 투자자들이 주가가 치솟는 엔비디아를 집중 매수한 것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인하를 내다보고 미국 장기채 펀드에 투자한 것도 주목된다.

한국 투자자들은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보유한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 수입이 경상수지에 적잖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경상수지 발표를 보면 서학개미와 기관이 보유한 해외주식의 배당 수입을 나타낸 ‘증권투자배당수입’은 올해 6월 말 187억8970만달러(약 25조원)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일 경우 해외 주식을 비롯한 대외자산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려는 한국 기관·가계의 수요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환율을 비롯한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여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