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나노팀 본사에서 최윤성 나노팀 대표가 갭패드(패드형 방열 제품)를 들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대전 유성구 나노팀 본사에서 최윤성 나노팀 대표가 갭패드(패드형 방열 제품)를 들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배터리 화재를 막을 수 있는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 '열폭주 현상'은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는 요소로 꼽히고 있어, 업계에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소재 개발에 한창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나노팀은 2017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용 방열소재(전자제품의 열을 빼주는 소재)를 국산화한 업체다. 같은 해 코나EV에 자사 소재를 탑재한 이후 작년까지 현대·기아차에 단독으로 방열 제품을 공급해왔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잦아지자 회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이달 5일 7920원(종가 기준)이던 주가는 같은 달 12일 1만4010원으로 76.9% 오르기도 했다.

내년에는 신제품인 '열폭주 방지 소재' 매출이 발생하면서 회사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성 나노팀 대표는 "내년 출시되는 제네시스 GV90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에 열폭주 차단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나노팀 본사에서 최윤성 나노팀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대전 유성구 나노팀 본사에서 최윤성 나노팀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미경 기자
열폭주 방지 소재는 기존 방열소재보다 수익성이 좋아 2026년이면 신제품 매출이 기존 제품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자동차 한 대에서 방열소재는 1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면 열폭주 차단 패드는 50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열관리소재사업에 뛰어든 후발 주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도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 우위를 점하겠다는 게 최 대표의 포부다. 그는 나노팀 제품은 타사 제품 대비 저렴하고 가볍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최 대표는 "저가 원재료를 고급 재료로 만드는 표면처리 기술이 우리만의 경쟁력"이라며 "열관리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원재료 배합비율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기술력 강화를 위해 회사는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대전과 경기 용인시 기흥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 인력은 25명으로, 전체 회사 직원 수(102명)의 24.5%에 달한다. 최 대표는 "소재 기업은 연구 인력이 핵심"이라며 "열폭주 차단 소재 개발을 위한 투자로 올해 2분기 적자가 나긴 했지만 제품 상업화되면 투자비를 단시간 내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화학제품 특성상 다른 업체들이 선도 업체의 기술력을 베끼기 쉽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결과물은 남아도 제품의 제조 과정은 알 수가 없다"며 "경쟁 업체들이 우리만의 제조 기법을 벤치마킹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도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배터리 화재 사고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포비아(공포)가 걷힐 때까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 개발된 열폭주 차단 소재가 전기차를 내연기관차보다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